대법 "국가, '강화 민간인 희생 사건' 배상해야"

희생자 유족 15명에게 16억여원 지급 판결

입력 : 2015-06-03 오전 6:00:00
6.25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들로 구성된 특공대 등에 의해 학살된 '강화 민간인 희생사건' 희생자의 유족들에게 국가가 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특공대 등이 인천상륙작전 성공 이후 각 지역별로 자위대 또는 치안대를 조직하라는 이승만 대통령의 지시에 의해 설치됐고 군으로부터 실탄과 무기 등을 지급받은 사실 등을 고려할 때 국가가 이들의 불법행위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조희대 대법관)는 전모씨 등 '강화 민간인 희생사건' 희생자의 유족 15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의 상고심에서 원고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특공대가 국가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무기를 공급받아 강화도 일대의 치안을 유지하는 과정에서 경기 강화군 난정리, 인사리, 상룡리 등지에서 적법절차를 거치지 않고 집단적·조직적으로 희생자들을 살해한 것으로 인정해 국가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한 원심 판단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또 "희생자들의 유족들이 진실규명결정 후 국가가 피해회복을 위한 아무런 적극적 조치를 취하지 않자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결정일부터 3년이 경과하기 전에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고 국가로서도 소멸시효를 주장하지 않을 것 같은 신뢰를 부여한 이상 유족들의 손해배상 청구에 대해 소멸시효를 주장하는 국가의 주장은 신의성실의 원칙에 어긋나는 권리남용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경기 강화군 월곶포에 집결해있던 경찰은 인천으로 후퇴했고 인민군 1개 중대가 길상면에 본부를 두고 짧은 기간 주둔하면서 지방토착 좌익사력과 함께 군, 면, 리 단위에서 예하조직을 구성했다.
 
1950년 9월15일 인천상륙작전으로 전세가 역전되면서 인민군과 좌익성향 인사 등이 후퇴하자 이승만 대통령은 긴급명령을 발령해 각 지역별로 자위대나 치안대를 조직할 것을 지시했고 강화군 13개면에도 강화치안대 등이 조직돼 부역혐의자 수백명을 불법 연행 구금한 뒤 고문했고 이중 일부를 살해하고 일부는 복귀한 경찰에 넘겼다.
 
그러나 같은 해 11월 중공군이 개입하면서 군인과 경찰은 다시 철수했고 강화치안대 지휘부 등이 주축이 돼 피난민들과 함께 특공대를 조직한 뒤 치안 유지라는 명목 아래 주민들을 조사하고 부역혐의자 또는 그 가족이라는 이유로 해안이나 산으로 끌고 가 살해했다.
 
피해자나 그 유족들은 이후 불이익을 받을까봐 두려워 이같은 피해사실을 숨기고 살다가 사건 59년 뒤인 2009년에서야 과거사정리위원회의 진실규명 결정으로 국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 2심 재판부는 유족들의 청구를 사실상 대부분 받아들여 국가는 유족들에게 4200여만원부터 최고 4억여원까지 총 16억3800여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국가가 소멸시효 등을 주장하며 상고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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