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코스피 주가는 상승했지만 외국인 투자자는 이날까지 29거래일 연속 순매도를 했다. 사진/뉴스1
미국의 금리인상에 대비하려는 외국인 투자자들이 지난 달 초부터 국내 주식을 본격적으로 팔아치우고 있다. 8월 외국인 순매도 규모가 2년2개월만에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오는 16~17일(현지시간) 예정된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의 회의결과가 외국인 매도의 향방을 가를 전망이다.
1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5일부터 이날까지 외국인 투자자들은 29거래일 연속 매도세를 보였다. 이 기간 동안의 순매도 규모는 5조5000억원을 넘어섰다.
김도현 삼성증권 연구원은 “현재 외국인 매도 규모는 통계적으로 정상적인 범위이지만 한계에 접근하고 있다”면서도 “그렇다고 외국인 매수세 전환을 쉽게 예상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과거 외국인의 순매도 최장 기록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본격화된 지난 2008년 6월9일부터 7월23일까지 33거래일이다. 만약 오는 22일까지 외국인 매도세가 이어질 경우 최장 기록을 경신하게 된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순매도를 지속하면서 대형주를 집중적으로 처분했다. 순매도 규모가 가장 큰 종목은 삼성전자(8624억원)이었다. 이어 SK하이닉스(6071억), SK텔레콤(2354억), 아모레퍼시픽(1753억원), 삼성SDI(1602억원), LG화학(1448억원), KT&G(1435억원), 현대차(1373억원), POSCO(1363억원), 이마트(1132억원) 순이었다.
월별로 살펴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1월 9490억원 순매도를 한 후 2월부터 5월까지는 순매수를 기록했다. 2월에는 5730억원, 3월 2조9570억원, 4월 4조6750억원으로 순매수 규모가 늘어나면서 국내 증시의 상승세를 이끌었다.
그러나 이후 중국 증시가 5000선을 넘으면서 과열양상을 보이다가 3000대로 급락하고, 위안화 평가절하 이슈가 등장했다. 여기에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자외국인의 투자심리가 위축되면서 본격적인 매도세로 전환됐다.
외국인 순매도 규모는 6월 3890억원, 7월 2조2610억원, 8월 3조9440억원으로 급증했다. 8월 순매도 규모는 2013년 6월 이후 2년2개월만에 최고치다. 영국계 투자자들은 6월 2조3072억원, 7월 1조6214억원, 8월 1조2573억원 등 총 5조1859억원을 순매도를 했다. 영국을 제외하고 국가별로 살펴보면 룩셈부르크 8854억원, 아일랜드가 6497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싱가포르(7017억원), 캐나다(1627억원), 독일(810억원) 등은 순매수를 기록했다.
외국인 매도세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외국인의 상장주식 보유규모도 줄어들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월 말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규모는 405조5000억원으로 7월 430조6000억원과 6월 445조1000억원에 비해 감소했다.
외국인 상장주식 보유규모의 감소는 상장주식 보유비중에도 영향을 미쳐 1월 31.2%에서 8월 28.4%까지 떨어졌다. 이는 2009년 6월 27.4% 이후 최저 수치다.
전문가들은 미국 FOMC 회의 결과에 따라 외국인의 매도세 흐름이 바뀔 수 있다고 보고 있지만, 전체적으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금리가 동결되든 인상되든 외국인 자금유출은 지속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영준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일단 미국 FOMC 결과가 나와야 외국인 투자자들이 매도를 지속할지, 매수세로 전환할 지 예측할 수 있다”며 “만약 FOMC에서 금리인상을 결정할 경우 단기적으로는 외국인 자금이 유출될 가능성이 있는데, 이 상황은 예전부터 예상됐고 이미 시장에 반영된 이슈여서 큰 충격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기현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FOMC 전까지는 외국인들이 매도를 중단할 만한 호재가 없어 매도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금리가 동결된다면 금리인상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반면 윤영교 LIG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고용지표 등 주요 경제지표가 확연하게 개선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금리인상은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이 반영됐다고 해석할 수 있다”며 “이 경우 달러화는 약세로 전환하고, 원·달러 환율은 하락세를 보이면서 외국인 투자 심리가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언급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