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구원투수’ 연기금의 활약에 힘입어 코스피 안도랠리가 지속될 것이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이 매년 12월마다 매수 규모를 늘려온 만큼 올해 연말에도 증시 안전판 역할을 해내며 지수 상승을 뒷받침할 것으로 내다봤다.
2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연기금은 이달 들어 유가증권시장에서 6266억원을 사들였다. 순매수세는 6거래일째 이어지고 있다. 같은 기간 2조8972억원을 팔아치우며 16거래일째 순매도세를 지속 중인 외국인과 대조적인 모습이다.
최근 5년간 수급 추이를 보면, 연기금은 매년 12월 국내 주식시장에서 순매수 규모를 확대해왔다. 신한금융투자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10년부터 5년간 연기금의 12월 평균 순매수 규모는 9233억원이다. 2000년 이후 매수 금액(4816억원) 평균을 웃도는 수치다. 12월에 연기금 매수세가 증가하는 이유는 연간 주식 편입 비중 목표치를 채우기 위한 물량이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유입되기 때문이다.
류주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기금은 지난 2000년 이후 두 차례를 제외한 모든 해 12월에 코스피 시장에서 순매수를 기록했다”며 “지난해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상장으로 순매수 대금이 높았던 탓에 규모 면에서는 줄어들 수 있지만, 올해도 중립 이상의 영향은 기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5년간 12월 매수 규모 평균이 1조원에 달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현 시점(6266억원 규모 매입)에서 연기금의 추가 매수 여력은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연기금 순매수 상위 종목에 대한 관심도 유효하다는 조언이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연기금이 국내 주식을 더 살 만한 여건은 충분히 마련돼 있다”며 “이 정도 수급이라면 연말 시장 흐름은 기관이 주도할 가능성이 높고, 연기금 매수세가 유입되는 업종대표주 중심으로 연말까지 좋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판단했다.
연기금이 이달 유가증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포스코다. 연기금은 지난 2일부터 이날까지 834억원 규모의 포스코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어 네이버(800억원), LG화학(661억원), 현대모비스(595억원), S-Oil(339억원), 현대엘리베이터(330억원), 현대제철(320억원), SK(270억원), NH투자증권(258억원), 두산중공업(254억원) 순으로 연기금의 러브콜이 이어졌다.
이혜진 기자 yihj07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