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등 다양한 무인이동체가 군사적 목적외에도 택배 등 물류업계 등에 속속 도입되고 있다. 무인시스템이 자리잡으면 윤리적문제는 물론 운송분야의 고용환경이 악화되는 등 산업전반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어 대비가 필요하다.
18일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의 '운송수단의 변화동인과 이슈분석'에 따르면 무인이동체로 인해 운송수단의 개념이 소유에서 소비로, 제품에서 서비스로 개념이 변하면서 도입초기부터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사전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무인이동체란 외부환경을 인식하고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거나 원격조정으로 동작 가능한 이동체를 일컫는다. 육상운송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 무인농기계, PMV(Personal Mobility Vehicle), 항공운송에서는 주로 드론이, 해양운송에서는 수중 무인체 등이 등장하고 있다.맥킨지는 2020년부터 일반 소비자 시장에서 자율주행자동차 보급이 이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자율주행자동차에 주목하는 글로벌 자동차브랜드사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 영동대로에서 열린 '2015 창조경제박람회 '미래성장동력 챌린지 퍼레이드'에서 계명대 팀 무인 차량이 자율주행차 시연회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개인이동 분야의 무인이동차는 글로벌 자동차사와 IT분야 기술기업 양대 진영에서 개발되고 있다. 초기 자율주행자동차는 주로 자동차사들의 주도로 이뤄졌다. 하지만 구글이 지난 2012년 이후자율주행자동차 실험을 추진해오며 안정적인 주행능력을 검증 받으면서 보수적인 자동차사들이 위기의식을 갖게 됐다. 현재 대부분의 글로벌 자동차사들은 자율주행자동차 상용화 시기를 2020년으로 삼고 있다.
볼보는 'Drive Me' 프로젝트를 통해 가장 적극적으로 자율주행자동차 사업을 전개 중이다. 2017년까지 100대의 차량을 대상으로 스웨덴 일반도로에서 무인자동차 시험 주행을 진행할 계획이다. 벤츠는 독일 아우토반에서 자율주행자동차 실험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자동차로 유명한 테슬라도 빼놓을 수 없다. 테슬라는 2014년부터 자율주행 자동차에 대한 포부를 밝혀왔고, 지난해부터 'Tesla Model S를 통해 자동조정장치(Autopilot)기능을 제공하기 시작했다.
구글의 자율주행자동차는 2010년 최초로 시연을 보인 뒤 2015년9월 기준 121만㎞(2012년 이후)이상의 실제 도로 주행을 하며 안전성을 검증받고 있다. 운전대와 가속페달 없이 시작 버튼과 정차 버튼 등으로 이뤄진 Bubble Car에 대한 실험도 진행 중이다.
공공분야에서는 프랑스 EasyMile사의 EZ10이 유럽에서 각광을 받고 있다. EZ10은 경로 설정을 위한 지도 소프트웨어를 내장하고있으며, 충돌 방지를 위한 외부 센서들을 장착돼 있다. 유럽을 중심으로 싱가포르, 미국까지 확대되고 있다. 일본에서는 무인택시 Robot Cab이 지난해부터 운영 중이다.
화물운송분야에서는 DHL과 UPS가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고 있는데. DHL은 일부 물류센터에서 자율주행 트럭을 테스트 중이다. UPS는 사각지대 경보와 차선 이탈 경고 기능이 탑재된 트럭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세계적인 광산업체인 리오 틴토는 서호주 필바라 지역의 얀디쿠지나광산과 나물디 광산에서 철광석 운송에 무인트럭만을 사용했다.
물류창고 분야에서는 무인이동체 로봇에 의한 제품 운반과 픽킹, 포장 등의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아마존은 1만5000대 이상의 KIVA라는 무인이동체 로봇을 운영하고 있다. KIVA는 창고 안을 돌아다니며 필요한 물품을 찾아 물품이 놓여진 선반을 작업자 위치까지 이동시킨다. 세그웨이(Segway)와 나인봇(NineBot) 같은 개인용 이동수단(PMD·Personal Mobility Device)도 대안적 모빌리티로 등장하고 있다.
운송수단, '제품' 아닌 '서비스'로 진화
자율주행자동차가 대중교통에 도입되면 경제성이 높아지면서 대중교통 이용 패턴이 바뀔 것이라고 보고서는 전망했다. 공유기반 택시 서비스인 우버(Uber)나 리프트(Lyft)에 자율주행자동차가 도입되면 소비자가 지불하는 비용이 일반택시 대비 1/10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또 미래의 차량이 외부 네트워킹을 통해 스스로 업데이트 하고 오류를 수정하는 단계로 발전되면 운송수단이 제품보다는 '서비스'개념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나아가 '자동차의 탈소유화'가 진행되면 자동차 수가 현저히 줄어들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온다. 이렇게 되면 운전직과 자동차딜러, 자동차 정비사 등의 직종이 줄어들게 된다. 한편으로는교통 예측과 교통 상황 공유가 가능해지면서 도시 교통 물류 시스템의 효율을 꾀할 수 있다.
자율주행자동차가 확산되면 자동차와 교통 위반 사례가 감소하면서 정부 차원에서는 이를 대체할 만한 다양한 세제를 개발해야할 상황에 처할 수 있다. 자동차의 지능화를 추구하는 자율주행자동차 제조 분야에서 ICT기술 기반의 구글과 테슬라, 애플 등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글로벌 자동차사들과 경쟁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물류업계에서는 드론과 자율주행차량 및 유인 택배 등 다양한 이동수단을 시간대 및 배송 방식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다시 말하면 1시간 이내 초특급 프리미엄 배송에는 드론을, 일반배송에는 자율주행택배 차량을, 택배기사는 귀중품을 배송하는 등 수요자의 요구에 따라 동적인 배송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육상과 항공을 통합할 수 있는 드론 정책은 5년 이내에 주요국에서 규제가 마련될 것으로 보고서는 예측했다. 궁극적으로 육상 물류 이동 수단이 드론으로 대체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드론이 물류 트럭의 무인화와 최종 소비자 서비스를 대체하면서 물류 분야의 운전자와 택배 직종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책임소재 불분명…해킹 및 오류에도 대비
자율주행자동차가 사업 전반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우려되는 점도 많다. 자율주행자동차의 대중화에 가장 큰 걸림돌로 작용하는 것은 사고 발생시 책임 소재를 규정하는 문제다. 이러한 점은 글로벌자동차사의 투자 의욕을 떨어뜨리는 부분이기도 하다. 또 소프트웨어 오류와 해킹으로 인해 사고가 나면,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전반에 걸쳐 신뢰가 떨어질 수 있다. 소프트웨어의 안정성과 보안은 차량 제조업체와 보험회사의 가장 큰 관심사다.
윤리적인 논란도 있다. 도로의 많은 보행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율주행 차량이 가드레일로 회전 동작을 선택할 경우 운전자의 목숨이 희생될 수 있는 딜레마에 놓이게 된다. 실제 이런 사고가 일어날 경우 소유주에 대해 책임 소재를 물을 수 있는지 등의 법리적인 문제도 부각된다.
물류업계에서 로봇과 자율주행 트럭 및 배송 드론이 기존 인력을 대체하면서 고용 환경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고용파괴 현상에 대한 대처 방안도 확보해야한다고 보고서는 조언했다. 자동차보험 부문에서도 자동차를 로봇으로 볼 경우 제조사의 책임성이 강해진다. 이에 따라 구글 같은 자율주행 차량 업체가 직접 보험 산업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이보라 기자 bora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