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막무가내식 검거 작전'으로 인질 사망…국가가 배상해야"

"도주로 차단 않고 검거 중 범인 도주…직무상 의무 위반"

입력 : 2016-04-19 오후 12:00: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경찰의 막무가내식 검거작전으로 인질범을 놓치고 인질까지 사망하게 한 사건에서 국가가 피해자 유족에게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소영 대법관)는 인질범에게 잡혀 사망한 A씨(32·여)의 유족들이 인질범 김모(32)씨와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상고심에서 “김씨와 국가는 유족들에게 각자 96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경찰관들이 용의자 김씨가 운전하는 것으로 의심되는 승용차를 발겨하고 검문하려는 과정에서 용의자 도주 위험에 대해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피해자에게 발생한 피해의 심각성과 절박한 정도, 그 상황에서 요구되는 경찰관의 초동조치와 주의의무 정도, 추가 범행 발생에 대한 예견 가능성 등에 비춰 현저히 불합리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렇다면 국가는 가해자 김씨와 연대해 경찰관들의 직무집행상 과실로 입은 피해자와 그 유족들의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고, 같은 취지로 판결한 원심은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김씨는 2010년 6월 여성을 납치한 뒤 몸값을 받을 목적으로 대구 수성구 일대를 돌며 범행대상을 물색하던 중 여성 B씨를 납치하려다가 실패했다. B씨는 인근 아파트 경비원 도음으로 경찰에 이 사실을 신고했으나 경찰은 납치미수가 아닌 단순 상해사건으로 취급하고 적극적인 수사를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김씨는 일주일 후 같은 장소에서 자신의 승용차를 이용해 A씨를 납치하고 성폭행한 뒤 A씨의 전화로 그녀의 부모에게 전화를 걸어 몸값 6000만원을 요구했다.

 

A씨 부모의 신고로 뒤늦게 김씨를 쫓기 시작한 경찰은 위치추적을 통해 김씨가 있는 주변지역에 광역수사대 4개팀 29명을 배치한 뒤 미행 끝에 검문까지 시도했으나 도주로 차단 등을 하지 않아 김씨가 도주했고, 결국 A씨는 김씨 손에 숨졌다. 이에 A씨 유족들이 김씨와 국가를 상대로 1억1600만원을 배사하라며 소송을 냈다.

 

1심 재판부는 김씨는 물론 국가에 대해서도 “김씨의 납치미수사건 이후 범행을 방지하지 못한 점, 김씨가 범행이후 특정 지역을 장시간 배회하고 있었음에도 효율적이고 체계적인 검거계획을 세우지 못한 점, 김씨 차량 검문과정에서도 예상 도주로 차단 등 이렇다 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은 경찰공무원의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경우에 해당하고, 그로 인해 피해자가 사망했기 때문에 국가는 유족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시했다.

 

1심은 다만 “경찰공무원들이 범행을 저지하기 위해 적극적 수단을 동원해 김씨를 추적·검거하려고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범행을 막지 못한 것에 불과한 것을 범죄자인 김씨와 동일한 책임을 묻는 것은 부당하다”며 국가 책임을 10%로 제한했다. 그러나 2심은 국가의 책임을 더 엄격히 물어 30%로 제한했다. 이에 유족들과 국가 쌍방이 상고했으나 대법원 역시 원심을 유지했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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