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지오염 시킨 소유자, 순차 매수자에게 정화비용 전부 배상해야"

대법원 전원합의체, 프라임개발 전부승소 취지 파기환송

입력 : 2016-05-19 오후 4:52:00
[뉴스토마토 최기철기자] 토지를 오염시킨 토지 소유자는 이후 토지를 순차적으로 매수한 사람이 토지 정화를 위해 들인 비용을 모두 배상해야 한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19일 프라임개발이 토지를 오염시켜 판매한 것에 대한 손해를 각자 97억여원씩 배상하라며 세아베스틸(001430)기아차(000270)를 상대로 낸 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 중 패소부분을 깨고, 전부 승소 취지로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세아베스틸은 대한중기공업 시절인 1973년부터 서울 구로구 구로동 신도림역 일대 3만5011㎡규모 부지에서 주물제조공장을 운영하면서 토양을 오염시켰고 기아특수강으로 상호를 바꾼 뒤 1993년 공장을 철거하면서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했다. 여기에는 임대해 쓰던 시·국유지도 포함됐다. 같은 해 12월 세아베스틸은 이 부지 지분 절반씩을 기아차와 기산에게 매도했다. 
 
프라임개발은 신도림 테크노마트 건축을 위해 2001년 12월에 기산이 가지고 있던 부지 지분 2분의 1을 한국투자신탁과 엘지투자증권을 거쳐 매수했고 두 달 뒤쯤 나머지 지분도 기아차로부터 매수했다. 세아베스틸이 임대해 쓰던 시·국유지도 같이 매입했다. 그러나 이후 공사 과정에서 토양오염과 폐기물 매립이 발견되자 비용을 들여 토지를 정화시키고 폐기물을 처리한 뒤 하자가 있는 토지를 팔았다며 세아베스틸과 기아차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1심은 기아차가 하자 있는 토지를 매도했다는 청구만 일부 받아들여 34억여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하고, 세아베스틸에 대한 청구는 기각했다. 그러나 2심은 세아베스틸이 오염된 토지를 복토해 정상적인 것처럼 속여 유통시킨 책임이 더 크다며 기아차의 배상금액은 23억원으로 감액하고, 세아베스틸은 46억여원을 프라임개발에게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쌍방이 상고했다.
 
대법원은 세아베스틸에 대해 “모든 국민이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규정한 헌법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구 환경정책기본법 등 관련법의 취지를 보면 토지 소유자더라도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불법으로 매립하고도 정화·처리하지 않은 상태에서 토지를 거래에 제공하는 등으로 유통되게 했다면, 다른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거래 상대방과 그로부터 토지를 순차적으로 취득한 현재의 토지 소유자에 대한 위법행위로서 불법행위가 성립한다”고 밝혔다.
 
또 “토지를 매수한 현재 토지 소유자가 자신의 토지소유권을 완전하게 행사하기 위해 오염토양 정화비용이나 폐기물 처리비용을 지출했거나 지출해야만 하는 상황에 이른 경우나 토양환경보전법상 관할 행정관청으로부터 조치명령 등을 받아 같은 상황에 이르렀다면, 위법행위로 인해 오염토양 정화비용 또는 폐기물 처리비용 지출이라는 손해가 현실적으로 발생했다고 봐야 한다”며 “토양오염을 유발하거나 폐기물을 매립한 종전 토지 소유자는 정화 또는 처리비용 상당의 손해를 불법행위자로서 배상할 책임이 있고 이와 다른 취지의 종전 판결은 변경한다”고 판시했다.
 
프라임개발이 매입한 시·국유지 부분에 대한 정화비용에 대해서도 대법원은 세아베스틸이 배상해야한다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시·국유지 부분에 대해서도 토지를 오염시키고 폐기물을 불법 매립한 만큼 그 책임을 지는 것이 맞다”며 “이 부분에 대해 아무런 판단을 하지 않고 세아베스틸 손해배상액에서 제외한 원심은 판단을 누락한 위법이 있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어 기아차에 대해서도 “토지가 오염됐다거나 폐기물 등이 매립돼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해 채무불이행 책임이 없다는 주장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인정할 수 없다”며 책임을 인정했다.
 
이에 대해 박보영·김창석·김신·조희대 대법관은 세아베스틸에게 책임이 없다는 반대 의견을 냈다. 박 대법관 등은 “토양이 오염되고 폐기물이 매립된 토지 매수인이 정화·처리비용을 실제 지출하거나 지출하게 된 것을 민법상 ‘손해’로 평가할지는 토지의 거래 상대방 사이에서 논의되어야 하고 그 이전 매도인이나 오염유발자와 사이에서 논의될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자기 소유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매립한 자는, 토지 매매과정에 기망 등 다른 위법행위가 있고 그것이 매도인의 고의 또는 과실로 평가될 수 있는 경우에 그 직접 매수인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할 수 있을 뿐, 순차적으로 매수한 매수인에 대해서는 불법행위 책임을 지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타인 소유 토지에 토양오염을 유발하고 폐기물을 매립한 자도, 그 당시 토지 소유자에 대해 불법행위책임을 질 뿐, 토지가 매도된 경우에 그 매수인이나 그로부터 순차적으로 매수한 매수인에 대해서까지 불법행위책임을 부담한다고는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문 전문은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문 제공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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