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금융당국이 국민 재산증식 지원을 위해 올해 3월 시행된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초기 관심 이후 부진의 늪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제도도입의 취지를 살리기 위해서는 가입대상을 확대하는 등 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냈다.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월14일 시행 후 5월27일까지 11주간 ISA 총 가입금액은 1조8033억원이었으며, 이 중 은행은 1조2409억원, 증권은 5609억원으로 집계됐다. 가입자수는 각각 187만2229명, 21만7578명이었다.
증권 업계의 최근 실적은 시행 초기에 비해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1~2주차에 각각 1218억원, 1019억원으로 1000억원대를 넘었던 가입금액은 3주차에 670억원으로 감소했고, 5주차부터 현재까지 200억~300억원대에 머물고 있다. 은행은 1주차에 1984억원을 기록한 후 대부분 900억~1000억원대의 실적을 보여, 증권보다는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자료/금융투자협회
이에 대해 증권 업계에서는 ISA 활성화를 위해 가입대상을 확대하고 비과세 혜택을 넓혀야 한다는 입장을 나타냈다.
ISA 가입조건은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근로자·자영업자·농어민이며, 직전 연도 금융소득이 2000만원을 초과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가입대상에서 제외된다. 직전 연도 소득이 없는 신입직원의 경우 회사에서 발급하는 근로소득 지급확인서 등으로 ISA 가입 당해 소득이 확인되면 가입이 가능하다.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ISA의 의무가입기간이 5년인데, ISA에 투자하면 이 기간 동안 자금이 묶이게 된다”며 “이를 감안하면 일정 수준 이상 여유자금이 있어야 투자할 수 있는데, 문제는 그들 중 상당수는 종합과세 대상이라 가입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ISA가 이른바 ‘만능통장’로 홍보됐지만 정작 가입할 수 있는 대상이 의외로 협소하다는 것이다. 현재 규정에서는 주부를 비롯해 학생, 은퇴자도 가입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어 이 관계자는 “ISA의 비과세 혜택도 200만원 한도 내에서 적용되는데, 5년간 투자하는 점을 감안하면 솔직히 투자자들에게 매력적인 상품이 아니다”라며 “이렇다보니 제도의 목적과는 달리 증권사 직원들의 권유로 만든 ‘깡통계좌(1만원 미만 계좌)’만 양산됐다”고 비판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올해 3월 ISA를 개설하는 모습. 사진/뉴스1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현재 대형 증권사들이 ISA 유치전에 뛰어들었지만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고 이는 출시 전부터 업계에서 우려했던 상황”이라며 “아직 ISA를 출시하지 않은 증권사들은 시장이 좋지 않다는 점을 봤기 때문에 향후 출시여부를 재검토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황영기 금융투자협회장이 가입자격 확대와 인출제한을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된 ISA 시즌2를 제안하겠다는 발언은 이 같은 업계의 사정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실장은 “ISA 가입대상에 종합과세 대상자도 포함시킬 경우 여유자금이 있는 투자자들에게까지 세제혜택이 돌아간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면서도 “제도의 목적이 국민들의 은퇴 이후 재산증식이라면 점진적으로 가입대상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아직까지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업계나 금투협회 의견을 전달받지 못했다”며 “아직 제도가 시행된 지 3개월도 되지 않았기 때문에 향후 상황을 보고 결정하겠다”고 답변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