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와 올해 한화투자증권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다만 부정적인 양상은 확연하게 다르다.
작년에는 주진형 전 대표의 개혁 드라이브로 인한 내부갈등이 주 요인이었다. 당시 증권가에서는 ‘주 대표의 일방통행 식 스타일이 문제’라는 분위기가 많았지만 ‘주 대표의 개혁 방안에는 공감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그때는 증권사의 대외 이미지가 큰 이슈였지 실적과 관련된 사안은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여승주 현 대표가 2월말 취임했지만 올해 실적은 매우 좋지 않다. 상반기에만 세전손익 기준 1984억원 규모의 적자다. 이는 ELS 운용손실이 무려 1967억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다른 증권사들도 실적이 좋지 않지만 그건 작년과 비교해 영업이익 규모가 감소했다는 것이지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다는 의미는 아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한화투자증권이 기자간담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상반기 대규모 적자는 물론이고 나아가 일각에서 떠도는 ‘매각설’에 대해서도 분명히 질문이 나올 게 뻔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의문은 이날 간담회에서 약간은 해소됐다. 여 대표는 질의응답 과정에서 “제가 왜 이 시기에 간담회를 했을까 생각해 보셨나요?”라고 기자들에게 물었다.
그리고 그는 “7월부터는 다른 회사가 됐고, 앞으로 결과로 보여드릴 수 있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즉, 상반기 실적이 좋지 않았지만 ELS 손실은 이번에 마무리됐고, 7월부터는 과거와 다르게 좋은 지표를 기록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해석됐다.
또한 여 대표가 고객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도 긍정적인 느낌을 받았다. 지난해 한화투자증권의 내부갈등이 폭발한 계기는 ‘서비스 선택제’였다. 당시 50여명의 지점장들은 이에 반발해 집단항명을 하고 그 중 일부 지점장은 징계를 받기도 했다.
이 제도에 대한 다양한 시선이 존재하지만, ‘자산이 많은 고객에게 유리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있었다. 이에 대해 여 대표는 “우리가 고객을 가려서 받을 처지도 아니고 선택해서도 안 된다”면서 “고객이 우리를 선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답변했다.
한화투자증권이 앞으로 넘어야 할 과제가 많다. 다만, 이번 간담회와 여 대표의 발언을 보면서 한화투자증권이 도약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김재홍 증권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