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 흥행작인 영화 ‘부산행’을 보면 펀드매니저인 주인공에 대해 ‘개미핥기’라는 표현이 수차례 등장한다.
펀드매니저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피도 눈물도 없이 개미(개인투자자)를 희생양으로 삼는다는 뜻이다. 고급정보를 얻기 어려운 개미는 작전 세력에 의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자조적인 의미, 더 나아가 증권업 전반에 대한 불신이 담겨있다.
이에 대해 펀드매니저 업계에서는 ‘일부의 사례를 확대해 펀드매니저 전체를 비하했다’는 불만을 제기했다.
하지만 모 증권사 관계자는 “유명 영화에서 개미핥기로 언급된 펀드매니저 입장에서는 불쾌할 것”이라면서도 “실제 그런 사례들도 있었기 때문에 비판을 자초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금융당국이 최근 발표한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주요 적발사례를 보면 ‘개미핥기’로 상징되는 일반투자자의 분노, 비하의 심정에 이해가 가기도 한다.
금융당국이 예시로 든 사례 중에 A증권사 oo지점의 B센터장은 C에게 자신의 배우자 및 고객의 계좌를 제공했다. 게다가 증권회사의 이상매매 감시시스템을 통해 적발된 C의 이상매매 내역을 은폐하는 등 범행에 가담해 10억7000만원의 부당이득을 공유했다.
또한 D 증권사 직원 E는 블록딜이 실시되기 전날 공매도를 해 종가를 인위적으로 하락시켰다. 블록딜 가격조건을 유리하게 하기 위해 시세조종을 했고 이는 일반투자자에게 예측하지 못한 손해를 입혔다.
그 외에도 상장법인 주요주주 또는 경영진이 미공개정보를 이용해 손실을 회피하는 사례도 있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의 경우 올해 4월 한진해운 채권단의 자율협약 신청 직전 한진해운 지분을 모두 매각했는데, 미공개정보 이용 혐의를 받고 있다.
자신을 청담동 주식부자, 장외투자 전문가로 홍보했던 이희진씨가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긴급 체포가 된 사건도 불신을 가중시키는 계기가 됐다. 피해규모만 100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본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운영된다. 신뢰가 없으면 결국 무너진다는 의미다. 문제는 고객신뢰를 무너뜨릴 수 있는 사건들이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점이다.
고객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금융당국, 증권업계 모두의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개인투자자에게 신뢰를 주지 못한다면 투자자의 자기책임 원칙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수도 있다.
김재홍 증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