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세기 대한제국 역사, 정동길에서 살아난다

서울시, 5개 코스, 2.6㎞ ‘대한제국의 길’ 조성

입력 : 2016-10-12 오후 3:26:28
[뉴스토마토 박용준기자] 1897년부터 1910년까지 13년간 근대적 자주독립국가로 자리했던 대한제국의 역사가 서울 정동에서 다시 깨어난다.
 
서울시는 대한제국이 선포됐던 날인 12일 정동 일대의 역사·문화를 종합재생하고 보행길을 명소화해 현 세대 및 미래세대와 공유하는 ‘정동, 그리고 대한제국 13’을 발표했다.
 
덕수궁과 정동은 대한제국에서 대한민국으로 이어지는 근대 한국의 역사를 간직한 공간으로 개항 후 각국 공사관이 들어서면서 외교타운이 됐고, 서양의 선교사들이 교회, 병원, 근대식 교육기관을 세웠다.
 
근대화의 선도적 역할을 했지만 오늘날 정동하면 덕수궁 돌담길로 기억될 정도로 대중의 관심 밖으로 멀어졌다.
 
우선 시는 역사재생전략으로 서소문청사와 옛 국세청 별관부지를 다양한 역사문화자원들과 연결한 5개 코스, 2.6km의 역사탐방로 ‘대한제국의 길(Korean Empire Trail)’을 조성할 계획이다.
 
‘대한제국의 길’ 5개 코스는 ▲1코스 성공회성당, 세실극장, 영국대사관 ▲2코스 구 러시아공사관, 구세군 중앙회관, 선원전 터 ▲3코스, 미국대사관저, 이화여고 심슨기념관, 정동교회, 중명전 ▲4코스 광무전망대, 배재학당, 서울시립미술관 ▲5코스 환구단, 서울광장, 시민광장로 이뤄졌다.
 
대한제국 시대 외교타운을 이뤘던 구 러시아공사관, 영국대사관을 비롯해 정동교회, 성공회 성당, 환구단 등 정동 일대 역사문화명소 20여 곳을 포함한다.
 
특히, 대한제국의 출발을 알리는 환구대제가 거행된 주요 공간임에도 그동안 접근성이 낮아 방치됐던 ‘환구단’(프레지던트호텔 옆)과 서울광장을 잇는 횡단보도가 이날 개통했다.
 
환구단은 1897년 고종이 황제 즉위식과 하늘에 제사를 지내기 위해 조성한 곳(사적 제157호)으로 일제에 의해 해체된 후 현재는 석조대문 등 일부만 보존돼 있다.
 
서울시청 서소문청사에는 전망대를 15층으로 이전해 광무전망대를 설치하고 옥상과 연결해 덕수궁과 정동 일대를 시민들이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도록 한다.
 
서소문청사 주차장 출입구는 기존 덕수궁 돌담길에서 서소문로 방향으로 변경해 덕수궁 돌담길로 차량 진입을 줄이고 보행환경을 개선한다.
 
장기적으로는 덕수궁 돌담길에 보행자전용거리 현재 평일 낮에서 상시 운영으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할 예정이다.
 
옛 국세청 별관부지는 오는 2018년 세종대로 역사문화 특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다.
 
지상에는 덕수궁, 성공회성당 등 주변시설과 조화를 이루는 탁 트인 역사문화광장을 조성하고, 지하에는 ’서울도시건축박물관‘이 들어서며, 지하보행로로 시청역, 시민청과 바로 연결한다.
 
옛 국세청 별관부지는 영친왕의 생모인 순헌황귀비의 사당이었던 덕안궁으로 사용되다 1937년 일제가 조선총독부 체신국 청사(조선체신사업회관)를 건립하면서 덕수궁~서울광장을 잇던 경관축이 끊어진 바 있다.
 
시는 ’대한제국의 길‘에 대한제국 국장(國章)을 바닥돌에 표시해 따라 걸으며 정동의 대표 역사문화유산을 감상할 수 있도록 해 미국 보스턴의 ’프리덤트레일(Freedom Trail)‘ 같은 대표적인 역사탐방로로 만들 계획이다.
 
이외에 역사재생 활성화사업을 공공이 주도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주민, 기업체, 지역 활동단체 등 여러 기관들로 구성된 지역협의체가 중심이 되는 민관협력 방식으로 진행할 방침이다.
 
박원순 시장은 “오늘은 그동안 잊혔던 대한제국 역사를 재조명해 정동을 활성화하는 첫 걸음을 내딛은 날”이라며 “대한제국의 역사를 돌아보고 국권회복과 국민권력시대를 향한 대한민국의 갈 길을 찾겠다”고 말했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12일 서울 중구 서울시립미술관 앞에서 정동 역사 재생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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