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정부가 간접고용을 관리하고 직접·정규직 채용을 늘리려는 취지로 도입한 고용형태공시제의 개편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 운영방식으로는 실제 간접고용 규모를 파악하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고용형태공시제는 300인 이상 고용하고 있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소속 근로자(직접고용) 중 무기계약(정규직)과 기간제(비정규직) 규모, 소속 외 근로자(간접고용) 규모를 공개하도록 한 제도로, 고용정책기본법 개정에 따라 2014년 도입됐다. 소속 외 근로자에는 용역, 사내하도급 등 일반적인 간접고용 노동자와 파견법에 따른 파견 노동자가 모두 포함된다.
하지만 현행 제도는 한계가 명확하다. 각 기업의 자발적 신고에 의존해야 하는 데다, 별도의 검증 절차가 없어 신고가 잘못됐다고 해도 정정이 어렵다. 또 기업이 공시 의무를 위반하거나, 공시 내용이 사실과 다를 경우에도 제재조항이 없다.
가장 큰 문제로는 중복 공시가 지적된다.
가령 파견업체인 A 기업이 파견 사용업체인 B 기업에 인력 100명을 파견했다면, 이 100명은 A 기업에게는 ‘소속 근로자’, B 기업에게는 ‘소속 외 근로자’가 된다. 하지만 실제 공시에서는 A 기업과 B 기업이 모두 100명을 ‘소속 외 근로자’로 신고한 경우가 존재한다. 정부 관계자는 “기업별 공시 내용을 일부만 살펴봐도 중복 공시된 사례가 수두룩하다”며 “기업들이 악의를 갖고 이렇게 신고했다기보다는 제도 자체의 문제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중복 공시는 ‘다단계 하도급’ 사업장에서도 빈번하게 발생한다. 고용형태공시제는 도급계약상 지위에 관계없이 인력 규모에 따라서만 공시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계약상 지위가 사내하도급업체라고 해도 고용 규모가 300인 이상이라면 공시 대상이 된다.
만약 원청업체 C 기업이 300인 이상 하도급업체인 D 기업과 계약을 맺고 D 기업이 다시 2차 하도급업체인 E 기업과 계약을 맺었다면, C 기업은 D 기업과 E 기업 노동자를 ‘소속 외 근로자’로 신고하고, D 기업은 자사 노동자를 ‘소속 근로자’로 신고함과 동시에 C 기업이 이미 ‘소속 외 근로자’로 신고한 E 기업 노동자들을 또 ‘소속 외 근로자’로 신고하게 되는 구조다.
여기에 기존에 공시 대상이던 기업명이 바뀌거나, 같은 기업임에도 신고 주체가 바뀌면 추적이 불가능하다. 결국 고용형태공시제 결과가 실제 간접고용 규모를 반영하지 않기 때문에, 공시 결과에 따른 간접고용 규모가 늘거나 줄어도 여기에서 추세나 실태를 파악하기가 어렵다.
다만 단기적으로 고용형태공시제를 개편하는 데에는 무리가 따른다. 공시 결과의 신뢰도를 높이려면 공시 의무 위반이나 허위 공시에 대해 제재조항을 신설하고, 공시 내용에 대한 검증을 강화해야 하는데 기업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지금도 기업들은 고용형태공시제를 폐지하라고 요구하는데, 오히려 강화한다고 하면 받아들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지난달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국회의사당 앞에서 민주노총 주최로 열린 '간접고용노동자 권리보장쟁취 공동투쟁선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원청사용자 책임강화, 노조 권리 보장 등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