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시행 9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서서히 옥석 가리기가 진행되고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한 업체는 유사수신 행위 혐의로 퇴출위기에 놓였고 일부 업체들은 실적부진으로 사실상 손을 뗀 게 아니냐는 우려가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23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날까지 10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발행금액은 4억2428만원으로 집계됐다. 7월 27억3325만원에서 8월 17억3358만원, 9월 13억3589만원으로 계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업계와 관련된 악재들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일부 업체들은 퇴출되거나 사업을 접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금융당국은 이달말 A사의 등록취소 제재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A사의 실소유주가 대리인을 내세워 크라우드펀딩 업체로 등록한 혐의다. 또한 A사의 실소유주는 계열사를 통해 불법 유사수신 영업을 한 혐의가 드러나 검찰에 통보된 바 있다. 해당 계열사 홈페이지들은 지금도 운영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20일 크라우드펀딩 간담회에서 업계 관계자들의 의견을 청취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업계에서는 B사에 대해서도 우려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최근 들어 증권형 펀딩 실적이 급감한데다가 대부분의 펀딩도 보상형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B사가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서 사실상 철수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이 추세라면 펀딩이 잘 이뤄지고 있는 상위권 업체들만 살아남는 등 업계 재편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B사 관계자는 “증권형 펀딩은 계속 진행하고 있으며, 다만 펀딩 기업의 요청 등의 사유로 홈페이지에 공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에 진출한 증권사들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IBK투자증권, 코리아에셋투자증권 등을 제외하면 펀딩성공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익명을 요청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일부 증권사는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 선정 과정에서 가산점을 받기 위해 준비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진입했다”면서 “이들 증권사의 실적부진은 예전부터 예견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머니옥션 사례처럼 일부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P2P 업체 부실 논란도 악영향을 미쳤다. 고훈 인크 대표는 “P2P 분야에서도 ‘크라우드펀딩’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부정적인 여파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인범 와디즈 홍보팀장은 “증권형의 경우 투자자의 투자금이 예탁결제원과 한국증권금융을 통해 보관되고 보호받는다”면서 “최악의 경우 중개업체가 망하더라도 투자자들의 투자금이 증발되는 일은 없다”고 설명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