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기자]역대 최악으로 표현되는 20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끝난 지 보름이 지났다. 그럼에도 국회 활동은 여전히 부실하다. 내년도 예산안 심의와 법안 심사는 ‘최순실 게이트’에 매몰돼 제 기능을 잃은 지 오래고, 정부는 불성실한 자료 제출로 일관하면서 ‘묻어가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국회의원들은 정부의 비협조가 국회를 더욱 비생산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토로한다. 최순실 게이트가 정국의 블랙홀이 된 상황에, 정부가 ‘2개월만 버티자’는 식으로 예산·법안 심의에 필요한 자료들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 입장에서야 ‘우리 정책에도 최순실의 입김이 작용했을지 모른다’는 회의에서 오는 무기력감, 무분별한 자료 요구에서 오는 업무 과부하 등 핑계가 많겠지만, 정부의 비협조로 국회가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가령 고용노동부는 미르·K스포츠재단과 닮은꼴인 청년희망재단, 노동개혁 여론 조성을 위해 집행한 홍보예산 등과 관련한 자료 제출을 꺼리고 있다. 청년희망재단의 경우 ‘정부가 주도해 만든 민간재단’이라는 모호한 정체성, 1400억원에 이르는 펀드 모금 과정에서 정부 개입 여부, 부실한 청년지원 실적과 사업 내용 등으로 인해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노동개혁 홍보비 또한 사용요건에 부합하지 않는 예비비 활용과 과다 편성으로 지적을 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이용득 의원실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고용부는 다른 부처와 비교해 자료를 굉장히 늦게 제출한다. 국감 때 요청한 자료를 국감이 지나서 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 관계자는 “기존에 있는 자료를 달라는 건데도 아직까지 못 받은 자료가 대부분”이라며 “과거에는 제출이 늦어지면 부처에서 먼저 연락을 줬는데, 지금은 우리가 먼저 연락해도 자료를 받을까 말까 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실 관계자는 “예산이나 법안 심의에 활용하기도 어려울 만큼 제출되는 자료도 내용이 굉장히 부실하다”고 지적했다.
나름대로 이유야 있겠지만 이런 식의 행태는 결국 정부의 발목도 잡는다. 잘못된 행태를 관행화시키고,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켜 정책의 정당성을 해친다. 국회에 정보를 제출하는 문제만큼은 과할만큼 투명할 필요가 있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