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지난해 코스피는 좀처럼 상승 모멘텀을 찾지 못하면서 1900~2000p선의 박스권에 머물렀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는 작년에 비해 높은 수준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으며, 박스권에서 탈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점쳤다.
최대 2350p까지 상승… 박스권 탈피 가능성
올해 코스피 전망을 두고 전문가들은 미국 트럼프 정권의 정책 방향 및 기준금리, 국내 상장사들의 실적이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올해 코스피 예상밴드를 1950~2350p로 제시했다.
이재만 투자전략팀장은 “지난해 코스피 상장기업 순이익은 102조원이었고 올해는 12% 증가한 114조원으로 예상되면서 주가도 새로운 레벨로 안착이 기대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이 팀장은 “코스피의 잉여현금흐름(FCF)을 보면 2014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연속 증가했고, 2009년과 비교해 3배 가까이 늘었다”면서 “코스피 상장기업의 배당성향도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22%, 올해 24%까지 높아질 것으로 추정되는 점도 감안했다”고 설명했다.
부국증권은 올해 코스피 밴드를 1960~2300p로 전망하면서 2011년 이후 이어지고 있는 박스권 장세를 탈피할 수 있는 기회라는 입장을 나타냈다.
부국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는 “국내 정세가 불안정하고 미국에서도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면서 대내외 불확실성은 여전하다”면서도 “미국 금리인상의 가이드라인이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낸 만큼 변수는 국제유가 50달러 안착, 국내 경기 모멘텀 확보 여부가 보다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SK증권은 지난해보다 약간 높은 1880~2200p로 전망하면서 상황에 따라 2350p까지 상승할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이은택 SK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를 비롯해 국내 기업실적은 좋아질 것으로 보이지만 수출주 실적으로는 박스권을 벗어나기 어렵다”면서 “올해는 트럼프가 어떤 정책을 펼치느냐가 관건”이라고 언급했다. 이 연구원은 “만약 트럼프가 중국 등 수출국가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한다면 국내 증시에서는 경기에 민감한 내수주 강세 가능성이 크며, 이 경우 주가는 박스권을 뚫고 새로운 영역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증시 전망에 대해 최대 2350p까지 예상하는 등 작년보다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사진/김재홍 기자
지난해보다 주가 소폭 상승 전망도
반면에 교보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은 각각 예상 밴드를 1900~2200p, 1800~2150p로 상대적으로 낮게 설정했다. 지난해와 비슷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다.
김형렬 교보증권 시황팀장은 “세계 경제가 꾸준한 성장을 이어왔고 올해도 그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면서 “미국의 추가 금리인상에 대한 부담은 남아있지만 여전히 저금리 환경이라는 큰 틀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 관계자도 “금리 상승에도 현재 자본시장만한 뚜렷한 투자처가 없다는 점에서 채권보다 주식이 매력적”이라면서도 “트럼프의 보호무역 기조가 확대된다면 외국인 자금의 이탈 가능성이 우려되며,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국내 기업들의 실적개선은 더디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증권도 최저 1860, 최대 2210선을 예상했다. 삼성증권 리서치센터는 “올해 미국 등 선진국에서 기득권 대 소외계층 간 갈등이 표면화되고 신흥국 시장에도 여파가 미칠 것으로 본다”면서 “이를 고려하면 아직 코스피 박스권 추세가 이어지는 것에 비중을 둔다”고 말했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올해 대통령 선거 변수를 지적했다.
이 박사는 “1987년 이후 대통령 선거가 6차례 있었는데 대선 이후 코스피 수익률이 높게 나타났다”면서 “아무래도 선거 후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정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는데, 올해 조기 대선이 치뤄진다면 주가에는 긍정적인 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12월부터 그레이트 로테이션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면서 “코스피 상장 기업들의 배당 확대 추세와 스튜어드십 강화 등의 측면을 고려하면 주가상승세가 유력하다”고 덧붙였다.
증권주 ‘맑음’…NH투자증권·키움증권에 주목해야
NH투자증권은 농협과의 시너지, 배당성향 증가 기대감 등의 이유로 증권 업종 탑픽으로 거론됐다. 사진/NH투자증권
한편, 전문가들은 증권주에 대해서도 여러 변수가 있지만 시장 유동성이 풍부한 점을 고려하면 전망이 밝으며, 특히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을 주목해야 한다고 밝혔다.
IBK투자증권은 증권업종 투자의견으로 ‘비중확대’를 유지했고 업종 탑픽으로는 NH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을 제시했다.
김지영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나 중국의 성장둔화, 국내경기 저성장이 우려되지만 주식시장의 대기자금으로 있는 풍부한 유동성이 주가상승을 견인할 가능성이 남아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탑픽 선정 이유로는 “NH투자증권은 앞으로 농협과의 시너지 확대가 기대되고 기초여건 대비 배당수익률이 매력적”이라면서 “키움증권의 경우 비대면 계좌개설 서비스의 성공적인 정착을 통한 온라인 위탁매매의 높은 시장 지배력을 유지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래에셋증권도 시장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유동성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고, 탑픽으로는 NH투자증권, 키움증권을 꼽았다.
원재웅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시장금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가계부채 문제 등으로 상승 폭은 제한적이며, 현재 뚜렷한 투자대안도 없는 상황”이라면서 “특히 20~30대 젊은층의 주식투자인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언급했다.
원 연구원은 “NH투자증권의 IB부문의 수익성 개선이 두드러지고 있다”면서 “NH금융지주 내 NH은행 수익악화로 NH투자증권의 배당성향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