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기자] 증권사들의 크라우드펀딩 실적이 전반적으로 부진하면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이 중소기업 특화 증권사에 선정되기 위해 급하게 크라우드펀딩 분야에 진입한 점이 원인의 하나로 지목된다.
2일 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이날까지 14개 중개업체의 크라우드펀딩 발행금액은 186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5개 증권사(IBK·코리아에셋·유진·KTB·키움증권)는 47억원으로 25.27%를 차지했다.
현재까지 IBK투자증권이 24억6000만원의 발행실적으로 증권사 중 1위를 기록했으며, 코리아에셋투자증권(11억3000만원), 키움증권(5억원), KTB투자증권(3억3000만원), 유진투자증권(2억7000만원) 순이었다.
IBK투자증권(10건), 코리아에셋투자증권(12건)을 제외하면 나머지 증권사들의 발행건수는 1~3건 수준이다. 또한 두 증권사도 전업 중개업체인 와디즈(73억5000만원), 오픈트레이드(39억2000만원)의 실적에는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게다가 증권사들은 지난해보다 올해 더욱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부터 증권사가 중개에 성공한 프로젝트는 ‘너울정보’(IBK·1억원), ‘닥터스펩’(KTB·8120만원), ‘시네마펀딩’(코리아에셋·1억원) 등 3억원에도 미치지 못했다.
다만, 유진투자증권이 진행하고 있는 ‘아이디어’ 프로젝트는 목표금액 3억원 중 2억4000만원을 달성해 펀딩 자체는 성공했지만 아직 증권발행 작업이 완료되지 않아 크라우드넷 통계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를 포함해도 올해 크라우드펀딩 실적 22억원 중 6억원 가량에 불과하다.
지난해 2월 중기특화 증권사 제도 설명회 모습. 금융당국은 선정 당시 크라우드펀딩 실적 항목에 높은 배점을 부여했다. 사진/금융위원회
이같은 부진에 대해 업계에서는 증권사들이 중기 특화 증권사에 선정 과정에서 배점이 가장 높았던 크라우드펀딩 항목 점수를 위해 급하게 진입을 추진했던 점을 거론한다.
지난해 금융위원회는 중기 특화 증권사 6곳을 선정하면서 평가기준을 정성평가 80%, 정량평가 20%로 정했다. 문제는 정성평가 항목 80점 중 시장참여의지 항목이 50점이었고 크라우드펀딩 실적도 반영된다고 하면서 크라우드펀딩이 사실상 당락을 좌우했다.
전업 중개업체 관계자는 “IBK투자증권의 경우 중소기업 관련 경험이 풍부하기에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봤지만 대다수 증권사들은 크라우드펀딩 자체의 비전을 보고 이 분야에 들어온 게 아니다”라면서 “제대로 된 준비나 전문성이 부족하다보니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도 “전업 중개업체는 펀딩 실적이 저조하면 회사 문을 닫아야 하지만 증권사는 그렇지 않다”면서 “펀딩에 대한 의지나 동기부여의 차이도 실적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솔직히 전반적으로 증권사들의 펀딩이 잘 안되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들을 하고 있다”면서 “4월달부터 한국거래소스타트업마켓(KSM)에서 1년간 전매제한이 풀리고, 향후 투자광고 규제가 완화된다면 펀딩실적은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