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상승세를 이어오던 증권형 크라우드펀딩이 이달 들어 부진한 모습을 나타냈다. 업계에서는 우선 여름휴가가 펀딩에 영향을 미쳤으며, 적극적으로 펀딩에 참여해왔던 개인투자자들의 연간 투자한도가 상당부분 소진된 점을 실적부진의 원인으로 거론했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 크라우드넷에 따르면 8월 크라우드펀딩 성공금액은 13억5600만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크라우드펀딩 실적을 살펴보면 3월(21억6800만원), 5월(20억7700만원), 6월(27억9600만원)에는 20억원을, 7월(30억2300만원)에는 30억원을 돌파했다. 특히 7월 실적과 비교해서는 8월에는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8월 크라우드펀딩 성공건수는 8건에 그쳤다. 올해 크라우드펀딩 건수는 8월을 제외하고는 모두 10건을 넘었으며, 특히 6월 21건, 7월 18건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오픈트레이드 관계자는 “작년에도 8월 실적이 7월에 비해서 부진한 모습을 보여서 업계에서도 8월은 비수기로 분류된다”면서 “아무래도 휴가기간이다 보니 크라우드펀딩에 대한 관심도가 낮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비슷한 성격과 목표금액의 펀딩을 진행해도 8월에는 확실히 투자자의 참여가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고 덧붙였다.
신승호 와디즈 마케팅실 이사도 “크라우드펀딩 뿐만 아니라 투자업계 전반적으로도 8월달 실적은 저조한 편”이라며 “펀딩을 추진하려는 업체에서도 이를 감안해 휴가기간이 끝난 9월 이후로 펀딩 시점을 잡으려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작년 7월 펀딩실적은 27억3300만원, 8월은 17억3300만원으로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또한 적극적으로 펀딩을 했던 일반 투자자들의 투자한도 여력이 부족한 점도 거론됐다. 현재 일반 투자자의 투자한도는 연간 500만원, 개별기업에는 200만원으로 규정돼있다.
이주환 펀딩포유 이사는 “올해 7월까지 크라우드펀딩이 활발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그만큼 투자한도에 다다른 개인투자자들도 많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같은 이유로 일부 중개업체의 경우 하반기에 어려움이 예상되며, 투자한도 확대가 이뤄져야 펀딩이 더욱 활성화될 수 있다는 것이 업계 전반적인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편, 크라우드펀딩과 관련해 불미스러운 사건이나 구설수가 발생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같은 문제점이 해결돼야 크라우드펀딩이 신뢰를 되찾을 수 있다는 분위기다.
최근 스타트업 온오프믹스 부대표는 작년 8월 펀딩에 참여했던 한 여성 투자자를 준강간한 혐의로 법정구속됐다. 또한 와디즈는 업체의 설명과 매우 다른 상품의 펀딩을 진행하다가 뒤늦게 확인한 후 중단하는 일도 발생했다.
한 중개업체 대표는 “온오프믹스 사례의 경우 일부 경영진의 잘못이 크라우드펀딩 업계 전반으로 확대해석되서는 안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간과할 수 있는 사안도 결코 아니다”라면서 “업계에서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도록 성찰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도 “이런 사안들은 크라우드펀딩 업계가 극복해야 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면서 “아직까지는 이런 사안들이 펀딩에 큰 영향을 주는 것은 아니지만 반복된다면 불신 풍조가 자리잡을 수 있어 자정작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8월 크라우드펀딩 실적금액과 건수 모두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오픈트레이드가 진행했던 투자설명회 모습. 사진/오픈트레이드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