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이 비용절감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LG유플러스는 올해 3월 A2D(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사무국을 신설해 운영 중이다. A2D 사무국은 기존 수기 업무들을 자동화해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 사무국에는 LG유플러스 주요 사업부문 담당자와 전산 담당자가 배치됐다. 또 시스템유지보수(SM)를 맡고 있는 LG CNS와 LG CNS의 협력사 직원들까지 참여했다.
부작용도 있다. 기존 SM 업무를 하다가 A2D 사무국으로 옮긴 협력사들의 일부 직원들은 계약기간도 기존 1년 단위에서 3개월로 바뀌었다. 최근 SM부서에서 A2D 사무국으로 옮긴 일부 협력사 직원의 계약기간은 1개월 단위까지 줄었다. 필요에 따라 협력사 직원들의 계약기간을 갱신하며 인건비를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다. 비용절감 차원이지만 사내에서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아직 자동화 등 실질적인 A2D 성과는 크지 않은데 SM 인력만 계속 빼가면서 남은 인력의 업무 부담이 가중됐다"며 "협력사 직원들의 계약기간도 단기간으로 바꿔 불안감이 크다"고 전했다.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맨 오른쪽)이 지난 9월 성남시 분당구의 플래그십 매장을 둘러보고 있다. 사진/LG유플러스
권 부회장이 적극적으로 비용 줄이기에 나서면서 LG유플러스의 실적은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3분기 매출액 3조596억원, 영업이익 214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1.8%, 1.3% 늘었다. SK텔레콤과 KT가 시장 정체에 역성장을 기록한 점을 감안하면 빼어난 성과다. 연말 인사에서 그를 유임한 배경이다.
하지만 연구개발비가 줄면서 회사의 미래 경쟁력 확보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해 LG유플러스의 연구개발비는 526억8900만원으로 권 부회장 취임 첫 해인 2016년(594억7900만원)보다 11.4% 감소했다. 올해 3분기까지 누적 기준으로는 386억4600만원을 기록해, 큰 폭의 감소가 불가피하다.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의 비중도 감소세다. 2016년 0.6%에서 지난해 0.5%에 이어 올해는 3분기까지 0.4%에 그쳤다. 경쟁사인 SK텔레콤의 3분기 누적 매출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은 2.34%, KT는 2.85%다.
이러한 비용 줄이기 활동은 재무최고책임자(CFO) 출신인 권 부회장의 성향이 반영된 결과라는 게 안팎의 공통된 분석이다. 권 부회장은 수치를 중요시 여겨, 보고 받은 파일의 숫자 하나하나를 직접 점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LG전자 재직 시절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재경팀에서 근무하며 CFO를 맡았다. 이후 LG디스플레이로 자리를 옮긴 권 부회장은 2011년부터 A2D 활동을 시행했다.
권 부회장은 2018년 조직개편을 단행하며 미래 경쟁력 확보에 대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5G 추진단을 신설하고 기존 AI(인공지능)사업부를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편제했다. 권 부회장은 지난 1일 직원들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주파수 전략 수립, 커버리지 투자, 장비업체 선정 등을 면밀히 검토할 것"이라며 "AI사업부를 직속 편제로 독립해 각 부문과 신속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