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훈 기자] 검찰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를 뇌물로 수수한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을 곧 재판에 넘길 방침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 양석조)는 국정원 자금 상납 사건과 관련해 이르면 이번 주 중 박 전 대통령을 기소할 계획이라고 3일 밝혔다.

 

박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남재준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6억원, 이병기 전 원장으로부터 8억원, 이병호 전 원장으로부터 19억원 등 특수활동비로 편성된 자금을 임의로 인출해 국고를 손실하고, 이를 뇌물로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이 특정 보수 단체에 활동비를 지원하도록 작성된 명단인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 개입한 혐의도 받고 있다.

 

다만 검찰은 이번 기소 내용에 국정원 자금을 뇌물로 받은 혐의만을 적시하고, 화이트리스트 등 나머지 혐의에 대해서는 조사를 이어 나가기로 했다. 검찰 관계자는 "국정원 뇌물은 조사를 시작하고 혐의가 공개된 지 오래됐고, 증거관계를 분석하니 기소를 늦출 필요가 없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 외 국정원 자금 관련자도 차례로 기소할 예정이다.

 

우선 자유한국당 최경환 의원에 대한 영장심사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서 강부영 영장전담 판사의 심리로 진행됐다. 최 의원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던 지난 2014년 10월 이병기 전 원장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6일 최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그달 11일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지난달 22일 조윤선 전 정무수석에 대해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하지만 오민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그달 28일 영장심사 결과 "수수된 금품의 뇌물성 등 범죄 혐의에 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수사와 별건 재판의 진행 경과 등에 비춰 도망과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조 전 수석은 2014년 6월부터 2015년 5월까지 근무 기간 이병기 전 원장으로부터 매달 500만원을 상납받은 혐의다. 허현준 전 행정관 등과 공모해 전경련이 2014년부터 2016년까지 다수의 보수 단체에 총 69억원 상당을 지원하도록 한 혐의도 있다. 문화예술인·단체 지원 배제 명단인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기소된 조 전 수석은 1심에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항소심 중이다.

 

검찰은 국정원 특수활동비 상납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김재원 의원도 지난해 11월27일에 이어 이달 3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했다. 현기환 전 정무수석의 후임으로 2016년 6월부터 10월까지 근무한 김 의원은 청와대가 그해 4·13 총선 전 경선 등과 관련한 다수의 여론조사를 진행한 이후 8월 국정원에서 현금 5억원을 받아 수행업체에 대금을 지급하도록 한 과정에 개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와 함께 검찰은 지난해 11월19일 이병호 전 원장을, 12월22일 이원종 전 대통령 비서실장을 각각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검찰은 지난해 11월20일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을 특정범죄가중법(국고손실·뇌물수수) 위반 혐의 등으로, 12월5일 남재준·이병기 전 원장을 특정범죄가중법 위반(국고손실·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박영수 특별검사팀 수사를 거쳐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부회장으로부터 총 433억2800만원을 받는 등 특정범죄가중법 위반(뇌물) 등 혐의로 지난해 4월17일 구속기소됐다. 하지만 박 전 대통령은 그해 11월27일 공판에서 건강상 등 이유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한 이후 계속에서 나오지 않고 있으며, 이에 피고인이 없는 궐석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정해훈 기자 ewigj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