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수용성감각이란 간단히 말하자면 자신의 신체 위치와 상태를 인식하는 감각이다. 주로 관절이 연결된 부위를 중심으로 근육이나 인대의 피부 움직임을 감지하여 신체 위치와 움직임을 인식하는 감각이다. 흔히들 운동감각이 좋다고 하면 여러 가지 의미가 있지만 실제로는 고유수용성감각이 매우 좋아 신체조절능력이 양호하게 나타난다는 의미가 된다.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은 감각처리장애가 전체 감각에서 나타나는데 고유수용성감각상에서도 이상이 발생한다. 고유수용성감각상에서는 지나치게 과민하거나 과둔한 유형이 분리되어 존재하지 않는다. 대부분 과둔하여 문제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고유수용성감각상의 이상이 문제가 되는 것은 주로 대근육운동발달과 소근육발달상의 지체와 불안정으로 나타난다. 가장 흔하게 관찰되는 것은 아동의 보행이 늦어지는 것이다. 보통의 경우 12개월경이면 독립보행이 가능한데 자폐 아동의 경우 2~3개월 지체는 흔하고 5~6개월까지 지체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보행이 지체되기는 하지만 보행이 불가능하거나 미숙하여 문제가 되는 아동들은 없다. 가장 흔하게 문제가 되는 것은 새로운 대근육 활동을 익히게 될 때의 미숙함이다. 예컨대 자폐증 아동 중에는 세발자전거를 처음부터 쉽게 타는 아이들이 드물다. 일반 아동들은 특별한 교습 없이도 쉽게 세발자전거를 놀이로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은 세발자전거 위에서 자신의 대근육을 어떻게 작동시켜야 하는지 스스로 터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상당한 연습을 거쳐야 겨우 세발자전거를 작동시키게 된다.
또한 대부분의 자폐스펙트럼장애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소근육 발달상의 지체와 미숙이다. 젓가락질이 늦고 미숙하거나 신발 끈을 묶는 것도 미숙하다. 수저질이 어눌하거나 연필로 손글씨 쓰기를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많다. 정도 차이지만 소근육 활동의 지연이 대부분 관찰되는 것은 이유가 있다. 소근육발달은 미세한 관절과 미세 근육들의 복합적인 협응으로 이루어진다. 그러므로 감각의 입력과 출력 과정에 개입하는 관절과 근육의 숫자가 매우 많고 과정조차도 매우 복합하다. 따라서 감각처리상에 미세한 장애만 있다고 하더라도 소근육운동상의 이상은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소근육이든 대근육이든 발달상의 미숙함이 관찰된다고 해서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의 사회성발달에 결정적 제약이 되지는 않는 듯싶다. 무엇이든 처음이 어려울 뿐이지 반복 시행하면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고유수용성감각상의 이상이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원인이 된다기보다는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동반되는 감각이상의 한 현상이 고유수용성감각의 이상으로도 표현된다고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다.
이런 점을 이해하지 못하고 아동의 운동발달을 강화해주는 것이 자폐증을 치료하는 길이 되는 듯 말하는 것은 잘못된 이해다. 흔히들 감각통합프로그램이라 하여 자폐증 아동들에게도 운동치료 위주로 감각강화치료를 진행하는데 이는 자폐아동의 감각이상과 사회성 미숙의 관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이다. 뇌성마비 아동들같이 보행장애와 운동장애를 주된 장애로 하는 아이들이라면 운동치료를 위주로 한 감각통합치료가 의미 있을 것이지만, 자폐스펙트럼장애의 치료에는 그다지 큰 의미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