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주요 보험사들이 다음달 임기가 만료되는 사외이사들의 거취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그간 업계에선 관례적으로 사외이사를 연임시켜왔으나 거수기 논란에서 비롯된 지배구조 투명화 요구에 금융권 채용비리 사태까지 맞물리면서 상당수 보험사가 사외이사 교체 압박을 받고 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삼성생명에선 사외이사 4명 중 2명, 교보생명에선 4명 전원, 한화생명에선 5명 중 3명, NH농협생명에서는 4명 중 3명의 임기가 다음달 만료된다. 손해보험사의 경우 삼성화재(4명 중 2명), 현대해상(4명 중 3명), DB손해보험(3명 중 2명), KB손해보험(4명 중 3명)이 사외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8개사 사외이사 31명 중 22명이 교체 대상자다.
이렇다 할 결격사유가 없으면 무난히 연임됐던 과거와 달리 이번엔 대폭 교체가 예상된다. 사외이사 거수기 논란이 계속되면서 금융당국과 노동권을 중심으로 사외이사 교체 및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크기 때문이다. 여기에 채용비리 전수조사 확대, 금융그룹 통합감독제도 예고 등으로 수세에 몰려 새 사외이사 선임에 있어서도 정권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보다 압박감이 큰 곳은 KB손보와 NH농협생명이다. 정부 통제로부터 자유롭지 못 한 금융지주 계열 금융사들은 금융당국과 원활한 관계 형성을 위해서라도 관행적으로 정권의 ‘코드’를 인사에 반영한다. 최근 새 사외이사 후보들을 추천한 KB금융지주도 후보군에 친정부 성향으로 평가받는 인사들을 포함시켰다. 그룹 관계자는 “계열사들이 사외이사를 연임시킬지 교체할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으나, 아무래도 지주사처럼 눈치를 보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나마 비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은 정부 입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편이다. 예금보험공사 등 공공기관 추천분을 제외하면 어느 정도는 독립성이 보장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업계 관계자는 “채용비리 전수조사는 조만간 있을 테지만 노동이사제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고, 금융그룹 통합감독도 내년부터 시행이 예정돼 있다”며 “무엇을 추진할 것이라는 말은 많지만 아직까진 상황을 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욱이 대부분의 보험사는 오너가 존재하는 회사다. 압박을 받긴 하겠지만 금융지주 계열 보험사들처럼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지난달 3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금융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금융그룹 통합감독 간담회에서 모두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최 위원장은 금융그룹 통합감독 방안과 관련해 "당장의 규제가 입에 쓸 수 있겠지만 길게 보면 금융그룹을 지켜내는 약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