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현준 기자] KT의 이사회에 보다 다양한 인사들이 참여해 회장 중심의 담합 구조를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해관 KT 새노조 경영감시위원장은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 주최로 열린 'KT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에서 "KT 이사회에 소비자와 노동자 대표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KT 이사회가 최고경영자(CEO) 견제 기능을 상실했다고 규정했다. 그는 "2014년 1월부터 2017년 9월말까지 열린 40번의 KT 이사회는 152건의 안건을 상정해 100% 찬성으로 가결했다"고 지적했다.
KT의 이사는 사내 3명, 사외 8명 등 11명으로 구성된다. 사외이사는 주주총회에서 기존 사외이사들로 구성된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에서 추천한다. 이 위원장은 "CEO 견제가 가능한 이사회를 만드는 것이 지배구조 개선의 핵심"이라며 "사외이사가 스스로를 추천하고 CEO까지 추천 후 사실상 선임권까지 갖는 구조에서 책임경영은 이뤄질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KT의 최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역할을 요구했다. 그는 "국민연금이 주주총회에서 적극적인 의결권을 행사하고 경영감시를 실행하며 스튜어드십 코드를 발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는 주요 기관투자가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자율적 의결권 행사 지침이다. 기관투자가가 단순히 주식을 보유한 것에 그치지 않고 기업과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지속가능 성장에 기여하고 고객의 이익을 극대화하도록 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국민연금의 KT 지분율은 10.94%다. 지난해 3분기 기준 국민연금의 지분율은 11.20%였다. 하지만 12월 69만5501주(0.26%)를 장내 매도하면서 지분율이 소폭 하락했다.
국민연금이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현실적인지에 대한 지적도 나왔다. 박창기 거번테크 대표는 "국민연금이 KT뿐만 아니라 주주로 있는 다른 기업들까지 임원을 파견해 역할을 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지 의문"이라며 "오히려 청와대가 국민연금에 영향을 미쳐 정치권에 의해 기업이 움직일 수 있는 우려도 있다"고 말했다.
5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추혜선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 주최로 'KT 지배구조 개선방안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박현준 기자
KT가 지난 2일 공시를 통해 내놓은 지배구조 개편안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KT의 주요 지배구조 개편 방안은 ▲이사회 산하의 지배구조위원회, 회장후보심사위원회가 차기 회장 후보 선정과 최종 후보 확정 ▲사외이사 자격에 기업경영경험 추가 ▲복수대표제 명확화 등이다.
안진걸 참여연대 시민위원장은 "지배구조 개편안은 낙하산 인사를 막기 위한다는 명분은 그럴 듯 하지만 기존 이사회 구조를 그대로 유지하며 회장 선정 권한까지 갖겠다는 것으로, 환영받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KT는 오는 23일 열리는 정기주주총회에서 참여정부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안건도 상정한다. 참여정부에서 사회문화수석을 지낸 이강철씨와 경제수석을 맡았던 김대유씨다. 이에 대해 이 위원장은 "황창규 KT 회장은 최순실씨의 측근을 채용하고 광고 물량을 그의 회사에 몰아줬다"며 "참여정부 인사를 사외이사로 추천하는 등 정치적 줄 대기를 중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KT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개편은 지난해 황 회장 연임 당시 이사회에서 투명하고 독립적인 지배구조를 구축해달라고 한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pama8@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