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스펙트럼장애를 정의하는 본질은 사회성 부족이다. 자폐스펙트럼장애아들은 사회적인 관심사가 부족하며 사회적인 의사소통 능력이 결여돼 있다. 그로 인해 혼자만의 세계에 갇혀서 사람과의 교류를 거부한다는 의미로 ‘자폐’라는 용어가 사용된다.
자폐증이 보여주는 사회성 장애란 곧 사람과 사람 사이의 감정-정서의 교류장애를 의미한다. 타인의 감정을 읽고 이해하는 능력이 부족하며, 자신의 감정이나 정서를 타인에게 전달하는 교류 능력 역시 부족하다. 그러므로 자폐스펙트럼장애인들은 얼굴에 표정이 없는 경우가 많아 종종 감정-정서가 메마른 냉혈인으로 오해받기도 한다.
그러나 냉정히 말하자면 자폐스펙트럼장애인에게 감정과 정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풍부하고 예민한 경우가 많다. 진짜 문제가 되는 것은 감정-정서의 부재가 아니라 교류장애이다. 감정-정성의 교류장애가 만들어지는 근본 이유는 공감 능력이 형성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공감 능력은 타인의 감정에 공감하는 능력이다. 타인이 슬퍼하면 나도 슬픔을 같이 느끼고 타인이 기뻐하면 덩달아 기쁨을 느끼는 것이 공감 능력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이런 공감 능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감각의 연합 현상을 통해 성장한다.
예를 들어보자. 아이에게 사탕을 주고자 아이를 부르는 엄마는 다정한 목소리와 표정으로 아이의 이름을 부르기 마련이다. “누구야~!” 하고 부르는 목소리와 표정을 경험하고 사탕을 먹은 아이는 단맛에 만족감을 느끼고 또 행복해 한다. 이런 과정이 몇 차례 반복되면 아이는 “누구야~!” 하는 목소리의 톤과 얼굴 표정을 기억하고 해당 청각정보와 시각정보에 행복감을 연합해낸다. 또 같은 톤의 목소리와 같은 방식의 표정으로 ‘예~!’ 하며 응답하기 마련이다.
결국 행복감·만족감을 교류하는 공감 능력이란 안정된 시각과 청각, 미각의 연합 현상을 통해 형성되는 것이다. 그러나 자폐성 장애인들은 감각과 감정의 연합이 사회적인 패턴으로 연계돼 있지 않다. 자신의 쾌감이 극대화되는 감각적인 자극이 자폐증마다 다르고 이로 인해 개별적으로 특화된 감각과 감정이 독특한 구조로 연계돼 있다.
누구는 허공을 바라보며 미소 짓고 누구는 강한 압박감에서 행복감과 만족감을 느낀다. 그리고 누구는 빙글빙글 돌거나 뛰는 상태에서 강한 만족감과 안정감을 가지기도 한다. 결국 자폐스펙트럼장애인들의 감정과 정서의 패턴을 이해하자면 각자 특화된 감각-감정의 연계 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