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자폐증 아동의 분노발작과 감각붕괴현상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입력 : 2018-03-06 오전 6:00:00
자폐스펙트럼장애에 나타나는 이상행동의 원인이 감각처리상의 이상 현상 때문인 것은 분명하다. 단일감각의 과민과 과둔 현상이 이상행동으로 이어지기도 하지만 단순 원인만이 아닌 경우도 있다. 사회적인 행동은 단일감각의 반응체계로 구성되는 것이 아니다. 감각의 연합 통합처리 과정을 거쳐 사회적인 행동 패턴이 구성된다. 다양한 감각은 서로 연계되기도 하고 통합되기도 하며 시기적절하게 소거, 소멸하기도 한다. 이러한 감각의 종합처리 과정에서 이상이 생길 때 자폐 아동의 이상행동 양식도 보다 복잡한 패턴을 보이게 된다.
 
가장 큰 오해를 받는 이상 현상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들에게 나타나는 감각폭발현상 내지는 감각붕괴현상이다. 영어로는 ‘meltdown’이라 표현하는데 ‘심리적 탈진’으로 번역하여 통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는 적절한 표현이라 생각되지 않는다. 필자의 의견으로는 ‘감각 폭발 및 붕괴 현상’이라는 것이 이해에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자폐증 아동들에 대한 경험이 없는 심리치료사들은 이런 현상을 아동들의 분노발작으로 취급한다. 아이들의 떼쓰기로 취급하여 버릇 고치기 치료를 시도하는데 이는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킨다.
 
필자가 경험한 아스퍼거증후군 아동은 자주 meltdown 상태를 보이고 자신의 상태를 나중에 설명해 주곤 한다. 자기가 원하는 것이 제대로 안 되는 상태가 반복될 때 상대방과 의견 충돌이 생기고, 상대방이 큰소리를 내면 아이는 멍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고 대화를 못한 채 한참 우물쭈물한다. 이런 현상은 대화 기피로 여겨져 상대방에게 더 격한 반응을 유발하고 학교에서 종종 선생님들의 오해를 사기도 한다.
 
상황이 진정된 이후 아스퍼거증후군 아동에게 왜 그랬는지를 물으면 제법 똑똑하게 상황을 설명해 주고는 했다. 갈등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상대방이 큰소리를 지르면 그 이후로는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도 않고 생각을 진행할 수도 없다고 한다. 상대방이 뭐라고 소리를 지르는 것 같은데 제대로 들리지도 않고 말도 나오지 않아 아무런 행동도 못한 채 멈추어 서 있게 된다고 한다. 결국 자폐증 아동은 감각적인 흥분이 폭발하며 이후 감각처리상에 작동이 멈추는 붕괴현상을 거치게 되는 것이다. 이때 아이에게 큰소리를 계속 낸다면 붕괴현상은 지속되게 된다. 조용한 상태를 유지해야만 다시 안정적인 감각 상태로 돌아온다.
 
성공한 자폐스펙트럼장애인으로 유명한 템플 그랜딘은 신체가 폭발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견딜 수가 없으면 그때는 가축을 가두어 압박하는 압력기에 들어가 스스로 전신에 고압력을 가해야만 안정이 찾아온다고 자신의 감각붕괴현상을 설명했다. 누군가는 소리를 지르고 누군가는 자해를 격하게 하기도 한다. 이런 meltdown 현상을 진정시키는 방법은 그가 추구하는 감각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다. 사회통념에 의하여 체벌을 하거나 무시 전략을 사용하는 것은 상황을 악화시키게 된다. 이런 meltdown 현상은 자폐증 아동이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는 합리적인 상황을 넘어섰을 때 감각처리능력을 상실하고 감각처리과정이 멈추게 되는 것이다. 감각의 입력과 출력은 적절한 강도와 적절한 시간대를 유지해야 사회적인 행동 양식이 되는데 자폐성 장애인들에게는 이것이 매우 힘든 일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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