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지난 2일 가상화폐 차트 분석 및 추천종목 정보를 공유하는 단체 채팅방에 모처럼 활기가 돌았다. 유료 정보방 및 오픈톡방 방장들은 저마다 차트를 분석해 상승 가능성이 높은 알트코인 종목들을 추천했다.
아니나 다를까.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인 업비트의 원화마켓은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로스톨코인(GRS)은 2일 종가(3일 오전 9시) 기준으로 전날보다 138.93% 폭등했다. 스팀달러(SBD)는 2일 18.27%, 3일 41.19% 올랐다. 블록틱스(TIX)도 2일 31.12%, 23.20% 오르며 상승 대열에 동참했다. 머큐리(MER)는 2일 28.39%, 3일 18.59% 상승했다.
알트코인 시세가 급상승한 배경에는 하락을 거듭하던 대장주 비트코인의 반등이 있었다. 비트코인 시세는 2일 3.05%, 3일 4.95% 올랐다.
통상 비트코인의 상승 신호가 감지되면 알트코인 매수량이 급증한다. 비트코인은 원화, 미 달러와 함께 알트코인 거래 수단으로 쓰인다. 가상화폐 시장에선 일종의 기축통화다. BTC마켓에서 알트코인 매수세가 강해지면 해당 알트코인의 사토시(비트코인 단위) 가치가 오르고, 사토시가 고점에 도달했을 때 비트코인의 원화 가치가 오르면 해당 알트코인의 가치는 배로 뛴다. 알트코인의 원화 가치가 고점일 때 원화로 바로 매도해도 되고, 사토시 가치가 고점일 때 비트코인으로 매도해 보유하고 있다가 비트코인의 가격이 오르면 그때 원화로 매도해도 된다.
지난 1월 이후 신규 거래 제한 등의 영향으로 세계 가상화폐 시장에서 국내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게 축소됐지만, 알트코인 시장에서 국내 시장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8일 미국의 가상화폐 정보업체인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으로 전체 비트코인 거래량에서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등 4개 국내 거래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7.08%에 불과했다. 반면 알트코인 ‘3대장’으로 불리는 리플(XRP), 에이다(ADA),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SNT)의 국내 거래량 비중은 각각 45.89%, 82.91%, 63.04%에 달했다. 리스크(LSK), 스팀(STEEM), 코모도(KMD)는 업비트 한 곳에서 발생하는 거래량이 각각 전체 거래량의 21.32%, 67.18%, 57.76%였다.
국내 시장에서 알트코인 거래가 두드러지는 배경 중 하나로는 국내 투자자들의 투기 성향이 꼽힌다. 시가총액이 작고 매도벽이 얇을수록 의도적으로 가격을 상승시켜 단기 수익을 내는 데 유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일주일 간 188.71% 오른 그로스톨코인은 시가총액이 650억원으로 비트코인(122조7322억원)의 1888분의 1에 불과하다.
1코인당 원화 가격이 수십~수백원인 이른바 ‘동전주’들도 단기 투자자들에겐 좋은 먹잇감이다. 국내에서 유독 거래량이 많은 에이다와 스테이터스네트워크토큰의 경우 1코인당 원화 가치가 7일 종가 기준으로 각각 161원, 95.8원에 불과하다. 일시적 수급 불균형이나 조정에도 한 자릿수 수익률이 발생한다. 전인태 가톨릭대 금융공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알트코인은 가격이 낮아 다량을 보유하기 쉽고 가격 변동성도 크다”며 “국내에서 알트코인 거래량이 많은 건 기술에 대한 투자라기보단 단기적으로 돈을 얻기 위한 투기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반대로 손실이 발생할 우려도 크다. 장기적으로 보면 더욱 그렇다. 연일 새로운 알트코인들이 발행되는 상황에서 어떤 코인이 뜨고 어떤 코인이 질지는 예단하기 어렵다. 전인태 교수는 “가상화폐는 비트코인, 이더리움(ETH)으로 대표되는 1~2세대를 지나 3세대에 이르렀다. 세대가 끊임없이 교체되면 지금 유통되는 알트코인의 90%는 사라질 것”이라며 “단기 투자는 물론이고, 알트코인을 장기 보유하는 데 있어서도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가상화폐 열풍에 관련 도서 인기가 급증하고 있는 28일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에 가상화폐 관련 서적들이 진열돼 있다. 사진/뉴시스
김지영 기자 jiyeong8506@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