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칼럼)자폐증 행동수정치료(ABA)의 장단점

(의학전문기자단)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입력 : 2018-07-02 오전 10:04:10
ABA란 ‘Applied Behavior Analysis’의 약자로 우리말로는 ‘응용행동분석’이라 번역된다. 필자는 이를 ‘행동수정치료’라는 용어로 대체하여 사용하고 있다. 이는 동물훈련법을 사람에게 적용시켜 사람들의 문제적 행동을 수정시키는 일종의 훈련적 치료법이다.
 
ABA를 이용하여 자폐증 장애를 치료할 수 있음을 입증한 사람은 UCLA의 이바 로바스(O. Ivar Lovaas) 교수다. 로바스 교수는 1987년 ‘어린이 자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한 실험의 결과를 미국 『임상심리학저널』에 발표했다. 그는 자폐 아동 19명을 상대로 치료 프로그램을 2년간 진행했다. 치료는 하루 8시간, 주 40시간 기준으로 강도 높게 진행됐으며 치료자로는 심리학과 학생과 대학원생들이 참여했다. 그 결과 17명인 89%의 자폐증 아동들에게서 상당한 발전이 있었고, 47%인 9명의 자폐증 아동은 정상 기능에 도달했다고 보고하였다. 반면 치료에 참여하지 않거나 주 10시간 미만만 참여한 비교 대상군에서는 오직 한 명만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다.
 
그러나 이후에 발표된 ABA 치료 효과 논문에서는 로바스의 논문이 과장됐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실제로는 20% 가량의 자폐증 아동들만이 정상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상태에 도달했다는 주장이 대체로 우세한 것으로 보인다. 통계의 적고 많은 차이는 있지만 그보다 더 의미 있는 것은 ABA 치료법으로 자폐증 아동들의 행동수정이 이루어져 정상적인 교육 활동이 가능해진다는 사실이다. 이 보고 이후로 ABA는 자폐스펙트럼장애를 치료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으로 치료법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그러나 ABA 치료가 가진 문제점에 대한 근원적 비판도 만만치 않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동물훈련법을 기계적으로 인간에게 적용한 것이기에 행동수정은 이루어지지만 사회성발달의 결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로 인해 ABA 치료로 호전된 아이들은 사회적인 행동을 하지만 표정이나 감정표현은 기계적인 행동 양식을 보이게 된다고 한다. 또 다른 비판은 상벌체계를 이용한 훈련적인 치료법이기에 아동학대적인 성격을 가진다는 것이다. 실제로 치료에 참여했던 자폐스펙트럼장애 환자가 성인이 된 이후 자신을 치료한 ABA 치료사를 아동학대죄로 고발한 사건은 유명하다.
 
필자도 ABA에 무조건 우호적이지만은 않다. 자폐증 아동에게 ABA 치료를 진행하면 초기에는 기능습득이 이루어지니 아동의 발달이 이루어지는 것과 같은 착각이 든다. 그러나 장시간 치료 후에도 표정이 없다거나 자기자극추구 현상이 내면으로부터 조절되지 않는 상태를 자주 봐왔다. 이는 결코 자폐증의 본질인 사회성 부족이 치료되는 과정이 아니라 사회적인 행동을 흉내 내는 것에 불과하다.
 
사회성 습득이 근원적으로 불가능한 중증의 지적장애아동의 경우는 불가피하게 ABA 치료를 하는 게 타당해 보인다. 그러나 일반적인 자폐스펙트럼장애의 경우는 ABA 치료를 무조건 권장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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