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법원이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이 불법으로 반출한 대법원 비밀 문건을 무단으로 파기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유 전 연구관 사무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사실상 기각한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유 전 연구관과 상당기간 동안 함께 근무한 적이 있어 유착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11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은 서울중앙지검 사법농단 의혹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이 유 전 연구관에 대해 청구한 압수수색영장을 아무런 이유 없이 3일간 미룬 것을 나타났다. 유 전 연구관은 이 기간 동안 자신이 법원에서 가지고 나간 법원행정처 작성 문건과 소송 관련 문건을 폐기했다.
영장심사는 결국 3일이 지나 지난 10일 박성범 영장전담 부장판사에게 배당됐고 박 부장판사는 ▲유 전 연구관이 김모 수석연구관으로부터 통진당 소송과 관련해 받거나 작성한 자료만 압수할 것 ▲PC 등을 조사하기 위해 입력하는 검색어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의 사건번호만 허용 ▲PC 등 조사시 법원행정처 관계자를 참여시킬 것 등을 조건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유 변호사가 대법원 재판자료를 반출, 소지한 것은 대법원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 않는다는 점 ▲유 변호사가 반출·소지한 자료를 수사기관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하는 것은 재판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할 수 있다는 점 ▲징용소송·위안부 수송·전교조 소송에서 법원행정처 문건이 재판의 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려운 점 등을 들어 검찰의 나머지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박 부장판사는 유 전 연구관보다 사법연수원 6기수 아래로,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할 때 대법원에서 후배 재판연구관으로 1년간 같이 근무했다.
검찰 관계자는 "이 사건에 대한 영장 심사는 지난 토요일(8일) 다른 영장판사들에게 배당돼 심사되는게 통상절차인데 특별한 이유 없이 월요일(10일)로 미뤄져 박 부장판사가 심사를 맡았다"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박 부장판사와 유 전 연구관의 관계와 관련해 "이런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박 부장판사는 영장심사를 회피했어야 한다는 게 법조 일반의 상식"이라면서 "단순한 근무를 넘어 사건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합의체도 아니고 단독으로 결정할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전날 대법원은 "유 전 연구관에게 '대법원에서 근무할 때 취득한 자료 등의 목록을 작성해 제출할 수 있는지' 등을 문의했지만 유 전 연구관은 압수수색영장이 집행된 다음 새로운 압수수색영장 청구가 기각된 뒤인 지난 6일 출력물 등은 파쇄했고, 컴퓨터 저장장치는 분해해 버렸다는 등의 취지로 답변했다"고 밝혔다.
대법원 청사. 사진/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