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기철 기자] '사법농단'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법원 내부 문건을 불법으로 반출한 뒤 폐기한 혐의를 받고 있는 유해용 전 대법원 선임재판연구원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할 것으로 보인다.
서울중앙지검 특별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 검사) 은 11일 유 전 연구관에 대해 "현재 처해있는 현실관계를 충분히 고려해서 가장 효율적인 수사 방식을 택하겠다"고 밝혔다.
11일 오후 서울 서초구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사무실 앞에서 유 전 수석재판연구관이 입장 발표를 하고 있다. 검찰은 이날 ‘대법 문건 파기’ 관련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의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 진행했다. 사진/뉴시스
앞서 검찰은 지난 6일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세번째 압수수색영장을 청구했다. 이에 대해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판사는 지난 10일 ▲유 전 연구관이 김모 수석연구관으로부터 통진당 소송과 관련해 받거나 작성한 자료만 압수할 것 ▲PC 등을 조사하기 위해 입력하는 검색어에 대해서는 해당 사건의 사건번호만 허용 ▲PC 등 조사시 법원행정처 관계자를 참여시킬 것 등을 조건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했다.
박 부장판사는 유 변호사가 대법원 재판자료를 반출, 소지한 것은 대법원의 입장에서 볼 때 매우 부적절한 행위이나, 죄가 되지 않는다는 점과 징용소송·위안부 수송·전교조 소송에서 법원행정처 문건이 재판의 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 등을 압수수색 대상의 제한 사항으로 들었다.
이날 검찰은 유 전 연구관의 증거자료 폐기와 관련해 법원이 조직적으로 제식구 감싸기를 하고 있다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검찰 관계자는 "유 전 연구관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심사는 지난 토요일(8일) 다른 영장판사들에게 배당돼 심사되는게 통상절차인데 특별한 이유 없이 월요일(10일)로 미뤄져 박 부장판사가 심사를 맡았다"며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부장판사와 유 전 연구관의 관계와 관련해 "이런 경우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박 부장판사는 영장심사를 회피했어야 한다는 게 법조 일반의 상식"이라면서 "단순한 근무를 넘어 사건과 연관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합의체도 아니고 단독으로 결정할 경우에는 더더욱 그러하다"고 지적했다. 박 부장판사는 유 전 연구관이 대법원 선임재판연구관으로 근무하던 2014년 재판연구원으로 함께 근무했다.
이같은 검찰의 주장을 대법원과 유 전 연구관은 연이어 반박했다. 이날 서울중앙지법은 공보관을 통해 "이 사건에 대한 영장 심사는 서울중앙지법 내규인 업무분장 등에 관한 지침에 따라 처리됐다"고 주장했다. 서울중앙지법은 "압수수색영장 심사는 주말과 공휴일 당직판사가 처리하는 통상업무에는 포함되지 않고, 일요일에 영장전담판사는 근무하지 않는다"며 "해당 영장의 경우 토요일 당직 영장전담판사가 처리해야 하지만, 영장재청구의 경우 당초 기각했던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가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법은 "영장 접수일 압수수색영장 업무를 담당한 판사는 이언학 부장판사로, 이 부장판사는 당일 검찰의 영장 청구를 지난 6일 (자신이) 기각한 사건에 대한 영장의 재청구 사건으로 보고 스스로 사건을 처리하는 것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어 "당일 구속영장 업무를 담당하던 명재권 영장전담 부장판사가 있었으나 구속영장 실질심문 및 기록검토에 많은 시간이 소요돼 압수수색영장 업무까지 처리하기가 객관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면서 "결국 영장전담 부장판사들 사이의 협의를 거쳐 월요일인 10일 압수수색영장 업무를 담당하는 박 부장판사가 처리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유 전 연구관도 별도 입장문을 통해 본인이 문건을 폐기한 이유를 적극 밝혔다. 그는 "1차 압수수색 당시 검찰은 별건압수수색 의도가 명백했고, 압수수색 대상이 없는데도 임의제출을 장시간 설득하는 등 압수수색 절차에 중대한 하자가 있었다"고 밝혔다.
또 "압수수색이 종료된 지 불과 얼마 안돼 저를 대법원 기밀문서를 대량으로 빼돌린 엄청난 중대범죄자로 기정사실화 하는 기사가 인터넷에 올라온 것을 보고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가 관련자료를 가지고 있는 한 검찰이 끊임 없이 저를 압박할 것을 예상하니 너무 스트레스가 극심했다"면서 "어차피 법원에서도 범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만큼 폐기해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하고 폐기했다"고 설명했다.
최기철 기자 lawc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