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 정상회담)문 대통령 "천지가 나무라지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가보고 싶습니다"

백두산 올라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지요"…리설주 "연설 정말 감동깊었다"

입력 : 2018-09-20 오후 6:12:23
[평양공동취재단, 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문재인 대통령은 방북 마지막 날인 20일 이른 아침부터 일정을 서둘렀다. 귀환 전 그토록 염원하던 백두산에 오르기 위해서였다. 평양시민들과 인사를 마친 문 대통령이 탑승한 공군 2호기는 오전 727분경 평양공항을 떠났다.
 
백두산이 위치한 삼지연공항까진 한 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멀게만 느껴졌던 곳은 이렇게 가까웠다. 문 대통령이 탑승한 공군 2호기가 활주로에 들어서자 군악대 연주와 함께 공항에 마중 나온 주민들이 환호하기 시작했다. 오전 822분 비행기 문이 열리고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모습을 드러냈다.
 
문 대통령 내외는 탑승교로 내려가 먼저 도착해 기다리고 있던 김 위원장 내외와 악수했다. 화동들이 걸어오자 문 대통령은 무릎을 굽혀 꽃을 받았다. 이내 김 위원장의 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 제1부부장이 꽃을 받아들었다. 문 대통령 내외는 일렬로 선 김영철 당 부위원장, 노광철 인민무력상, 리선권 조평통 위원장 등 북측 인사들과 차례로 악수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가 레드카펫 위를 걷기 시작하자 주민들은 더 크게 환호했다. “조국” “통일주민들의 외침에 문 대통령 내외는 손을 흔들어 보이며 미소로 답했다. 잠깐의 인사 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내외가 각각 검정색 차량에 탑승하면서 10여분 남짓한 삼지연 도착 행사가 마무리됐다. 차량은 곧장 백두산 정상 장군봉으로 향했다.
 
 
그 만병초가 우리 집 마당에도 있습니다.”
 
문 대통령과 김 여사, 김 위원장과 리 여사는 오전 933분 장군봉에 도착했다. 파란 물이 가득 담긴 천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를 처음 방문한 문 대통령 내외에게 이 쪽 저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백두산에는 사계절이 다 있습니다라고 소개했다. 리 여사가 “7~8월이 제일 좋습니다. 만병초가 만발합니다하고 거들었다. 그러자 문 대통령은 "그 만병초가 우리 집 마당에도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반가워했다. ‘우리는 5000년을 함께 살고 70년을 떨어져 살았다던 지난 밤 평양 시민에게 건넨 문 대통령의 말처럼 백두산과 남녘에 있는 집 마당이 퍽 가깝게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문 대통령 내외와 김 위원장 내외는 장군봉 정상에 마련한 의자와 티테이블에 앉는 걸 사양하고 산책을 계속 했다. 김 위원장이 중국 사람들이 부러워합니다. 중국 쪽에서는 천지를 못 내려갑니다. 우리는 내려갈 수 있습니다라고 하자 문 대통령은 국경이 어디인지 물으며 두리번거리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김 위원장에게 남쪽 끝자락에 있는 한라산 백록담도 소개했다. 문 대통령은 한라산에도 백록담이 있는데 천지처럼 물이 밑에서 솟지 않고 그냥 내린 비, 이렇게만 돼 있어서 좀 가물 때는 마릅니다라고 말했다. 천지 얘기가 나오자 김 위원장은 문 대통령에게 좀 더 설명해주고 싶었던지 옆에서 수행중인 보장성원(북측 지원인력)에게 천지 수심 깊이를 물었다. 리 여사가 먼저 “325미터입니다하며 답했다.
 
리 여사는 백두산에 전설이 많습니다. 용이 살다가 올라갔다는 말도 있고, 하늘의 선녀가, 아흔아홉 명의 선녀가 물이 너무 맑아서 목욕하고 올라갔다는 전설도 있는데, 오늘은 또 두 분께서 오셔서 또 다른 전설이 생겼습니다라며 웃었다. 
 
김 위원장은 백두산 천지에 새 역사의 모습을 담가서, 백두산 천지의 물이 마르지 않도록 이 천지 물에 다 담가서 앞으로 북남 간의 새로운 역사를 또 써 나가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도 이번에 제가 오면서 새로운 역사를 좀 썼지요. 평양 시민들 앞에서 연설도 다 하고.” 라며 감회에 젖었다. 리 여사는 연설 정말 감동 깊게 들었습니다”라고 화답했다.
 
남북 정상 내외 장군봉에서 '찰칵'  
 
"오늘 천지에 내려가시겠습니까?" 김 위원장이 물었다. 문 대통령은 "" 하고 웃으며 "천지가 나무라지만 않는다면 손이라도 담궈보고 싶습니다" 하고 답했다. 날씨가 제법 쌀쌀해 겨울 코트 차림이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김 위원장은 내려가기 전 천지가 가장 잘 보이는 장군봉에서 기념사진을 찍자고 제안했다. 네 사람끼리도 찍고 양측 수행원들과 단체 사진도 번갈아가며 찍었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도, 촬영을 마치고 내려가면서도 네 사람의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남북 정상 내외 일행은 천지로 내려가는 케이블카가 있는 향도역에 도착했다. 케이블카는 북한에서 삭도열차로 불린다. 열차를 타고 내리는 곳이니 탑승장도 이다양 정상 내외는 승강장으로 이동하자마자 바로 케이블카에 올라탔다.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문 쪽에, 김 여사와 리 여사는 안 쪽에 부부끼리 마주 앉은 채로 천천히 내려갔다. 케이블카에서 내린 양 정상 내외는 물가 쪽에서 계속 담소 나누며 산책을 즐겼다. 문 대통령 내외는 백록담 물을 채워온 500ml짜리 생수병을 열어 천지에 합수도 했다. 

이어 문 대통령은 천지를 반 시간 가량 산책하고 삼지연초대소로 이동했다. 이곳에는 방북 일행들을 위한 환송 오찬이 준비돼 있었다이날 문 대통령 내외와 공식수행원들은 삼지연공항에서 곧장 성남서울공항으로 귀환했다. 문 대통령의 방북은 이렇게 길고도 짧게 막을 내렸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0일 오전 김정은 국무위원장, 리설주 여사와 백두산 천지를 산책하며 물에 손을 담그고 있다. 사진/평양사진공동취재단
 
평양공동취재단,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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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서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