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배출가스 규제 강화가 한 달이 지난 가운데 디젤차들이 연이어 단종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는 지난달 그랜저를 비롯해 쏘나타, i30, 맥스크루즈 등 4개 차종 디젤 모델 단종을 결정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SM3 디젤 모델 단종을 검토하고 있으며,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3 디젤 모델의 단종 여부를 놓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으며,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일부 수입차 업체들도 디젤 모델에서 철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포르쉐는 최근 디젤 차량 판매를 포기하고 가솔린과 친환경차에 집중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내년에는 자사 최초의 전기차 '타이칸'을 출시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올초 디젤 신차 개발을 중단하면서 연내 렉서스 하이브리드 세단 ES 300h, 아발론 하이브리드를 선보이는 등 친환경차에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볼보도 내년부터 출시되는 신차에 디젤 모델은 제외하기로 했으며, FCA도 2022년까지만 디젤차를 생산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디젤 라인업 축소 흐름 원인으로 환경규제 강화를 꼽았다. 이달부터 디젤 차량에 대해 국제표준배출가스시험방법(WLTP)이 시행됐다. 기존 실내시험방법(NEDC)은 주행패턴이 단순해 시험모드 인식을 통한 임의조작이 가능하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WLTP는 주행시험 시간을 늘리고 엔진사용 영역을 확대해 임의조작을 차단할 수 있도록 했다.
환경규제 강화 등의 영향으로 디젤 모델이 잇따라 단종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또한 디젤게이트와 BMW 사태 등을 계기로 디젤 차량에 대한 불신감이 높아진 점도 거론된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국내 수입차 시장에서 디젤차 점유율은 2015년 68.8%에서 지난해 47.2%, 올해 8월까지 45.8%로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
최영석 선문대 교수는 "디젤 차량에 대해 WLTP 규정이 전면 시행되면서 업체들의 환경규제 충족을 위한 개발비용이 증가했다"면서 "내년 9월부터는 실도로 배출가스 규제까지 도입되면 부담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업체들이 친환경차에 대해 새로운 기술을 과시한다는 차원에서 접근했지만 현재는 친환경차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경쟁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디젤게이트, BMW 사태 등으로 독일 브랜드가 내세웠던 클린디젤의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졌다"면서 "고객을 속였다는 신뢰 문제와 결부되면서 디젤차에 대한 신뢰도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또한 "유럽에서는 이미 디젤 비중이 축소되고 있었지만 국내에서는 예상외로 디젤 선호 현상이 강했다"면서 "국내에서도 디젤차의 퇴조는 시간 문제일 뿐 친환경차로의 전환은 필연적인 흐름"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