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7살 때 처음 시를 쓴 페소아는 죽기 직전까지 시 쓰기를 멈춰본 적이 없었다. 120여개의 이름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바꿔가며 냈던 창작물은 변방의 포르투갈 문학을 유럽의 중심으로 격상시킨 계기가 됐다. 세계적인 문학 평론가 헤럴드 블룸은 셰익스피어, 네루다와 함께 페소아를 서양 문학사상 위대한 작가로 꼽을 정도다. 각각의 다른 이름으로 한 활동은 포스트모더니즘 시대를 견인한 독립적 창작물이었다. 시선집에는 본명으로 유일하게 출간한 시집 ‘메시지’를 비롯 대표작들이 실렸다.
시는 내가 홀로 있는 방식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김한민 옮김|심보선 펴냄
도시는 무관심과 이기심이 넘쳐나는 도식적 세상이다. 가족의 안온 이외에 관심 없는 이들은 타인을 돌아보는 일에 본능적 거부감을 가진다. 그 사이 학교 폭력, 자살, 왕따, 사이버상 불감증 등 현대인의 병증은 늘어나고, 인간은 도덕적 지체와 타락으로 귀결되고 만다. 정이현 작가는 주인공 세영의 삶의 고민을 오늘날 사회의 고민으로 확장시켜 불안한 현대인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 거짓 평화에 매몰돼 살아가는 우리 도시인들의 일상이 작가는 ‘정말로 안녕한지’를 묻는다.
알지 못하는 모든 신들에게
정이현 지음|현대문학 펴냄
베스트셀러 ‘미움받을 용기’로 아들러 심리학을 전파해 온 기시미 이치로가 건강을 돌아보고 삶을 통찰해낸다. 나이 오십에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그는 심장에 대체혈관을 연결하는 대수술을 받고 기적적으로 건강을 회복하게 된다. 이후 한국어 공부를 시작하게 되며 주어진 노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법에 관심을 갖게 된다. 책은 바쁘다는 핑계로, 다시 시작하기 겁난다는 이유로 도전을 회피하는 40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들에게 그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주려 펜을 들었다.
마흔에게
기시미 이치로 지음|전경아 옮김|다산초당 펴냄
해방 이후 70년 간 대한민국은 어떤 책들을 읽어왔나. ‘청춘극장’에서 ‘난쏘공’, ‘칼의 노래’로 이어진 한국 문학부터 함석헌, 김현, 백낙청 등을 거친 인문· 사회과학서, ‘데미안’, ‘어린왕자’ 등 외서까지 저자들은 독서를 통한 ‘지의 현대사’를 추적해 들어간다. 책의 마지막 실현단계인 ‘읽는 행위’를 탐구하는 동시에 경제발전에 따른 독자의 성장, 출판자본주의의 발현 등 경제 현상의 하나로 독서문화를 바라본다. 전문지식과 상식, 교양의 역사로 통찰하는 독서사다.
대한민국 독서사
천정환, 정종현 지음|서해문집 펴냄
커버스토리는 ‘난민-환대’다. 김희선, 강석희, 오한기 등의 작가가 난민에 대한 확증 편향된 통계와 왜곡된 가짜뉴스 등에 관한 문제를 은유적인 이야기로 풀어냈다. 사진작가인 조진섭은 발칸반도와 미얀마, 독일과 프랑스의 어느 도시의 장면과 모습 사진을 오늘날 우리의 모습과 비교해준다. 권여선, 우다영 작가는 이번 호를 통해 신작 단편을 소개하고 서경식, 최지은, 문보영 작가는 세대와 장르가 다른 글쟁이의 고민을 겹치고 갈라놓는다. 김녕, 강양구 등의 리뷰 글도 게재됐다.
릿터 14호
민음사 편집부 지음|민음사 펴냄
“완전히 무너지기 직전 저를 붙잡아준 것은 그럼에도 사랑이었어요.” 주변인들은 물론 자신에게조차 ‘뜨뜻미지근’해진 저자는 ‘사랑’을 돌아본다. 꼭 남녀 사이의 설레고 절절한 감정 만이 사랑이었던 것은 아니었다. 그저 가만히 곁에 있는 것, 밥을 먹는 것처럼 생활 속에 자연스레 녹아 든 감정이었다. 저자는 주변 관계를 비롯해 자신에 이르기까지 사랑의 다각적 측면을 솔직 담백하게 돌아본다. 관계에 지친 마음 한 구석을 치유하고 보듬길 원하는 이들이라면 읽어볼 만하다.
다시 사랑하기 위한 말들
민해나 지음|라디오북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