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만한 새 책)’당신이 남긴 증오’,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외

입력 : 2018-11-15 오전 11:50:49
[뉴스토마토 권익도 기자] 16살의 평범한 흑인 소녀는 함께 차를 타고 가던 친구의 죽음을 목도한다. 가해자는 그저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총을 겨눈 백인 경찰. 하지만 수사 중 경찰은 착하고 모범적 인물로만 묘사되고, 친구는 마약거래상이었을지 모른다는 온갖 의혹에 휩싸인다. 그 가운데서 진실을 알고 있는 소녀는 현실과 맞서 싸울지, 안전한 침묵을 택할지 고민한다. 소설은 혐오와 인종차별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소녀의 눈으로 살펴주며 미국 아마존에서 2년 연속 가장 많이 팔린 책으로 꼽혔다.
 
당신이 남긴 증오
앤지 토머스 지음|걷는나무 펴냄
 
작가 구병모가 2015년 ‘그것이 나만은 아니기를’ 이후 처음 낸 신작 소설집. 2018년 이상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한 아이에게 온 마을이’를 비롯 단편 총 8편이 엮였다. 소설들은 시간과 공간에 상관없이 ‘구병모식 언어’로 풀어낸 오늘날의 현실 반영이다. ‘정치적 올바름’에 위배된 작품을 썼다 삶의 파국을 맞는 작가, 성정체성을 바꿔놓는 주사기 테러의 희생자가 된 한 남성, 환경오염과 전쟁으로 인해 문명은 물론 문자마저 사라진 세상의 이야기가 담겼다.
 
단 하나의 문장
구병모 지음|문학동네 펴냄
 
사랑과 건강을 동시에 잃었던 38세 남성은 글쓰기로 삶의 의미를 탐구하기 시작했다. 생과 사, 이별에 관한 주제를 내면 독백처럼 풀어냈고, 독자들의 마음에 가 닿았다. 2009년 그렇게 출간된 산문집 ‘보통의 존재’는 지금까지도 많은 독자들의 손을 타고 있다. 이번 새 산문집에서 그는 보다 작고 소소한 일상의 풍경에 주목한다. 스쳐가는 사소한 순간들에 생의 더 큰 진실이 있다는 믿음에서다. 사진처럼 고요히 삶을 포착하는 그의 활자들이 우리 삶의 파수꾼처럼 읽힌다.
 
우리가 보낸 가장 긴 밤
이석원 지음|달 펴냄
 
자신의 부동산 계약서를 떼오라고 시키거나 자신의 컵 설거지를 안 했다고 “요즘애들은 자기밖에 모른다”는 직장 상사. 이를 견디다 못한 직원은 1만원짜리 퀵으로 심부름을 대신하고 “자기 일 잘하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냐”라고 맞수를 놓는다. 단행본으로 엮인 웹툰 ‘삼우실’은 이 같은 ‘사이다 처방법’ 그림으로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부당한 지시와 불합리한 언행, 성차별 발언이 만연하는 직장 생활에서 이들은 “감히 ‘나님’을 건드려?”라 당당히 외치라 조언한다.
 
함부로 대하는 사람들에게 조용히 갚아주는 법
김효은 지음|강인경 그림|청림출판 펴냄
 
조던 피터슨 전 하버드대 심리학 교수는 세계 젊은이들이 열광하는 교수다. ‘인생은 고통’이란 절대적 진리를 인정하되 이를 극복할 방법을 철학과 종교, 역사 등 인류사의 지성으로 탐구한다. 삶의 고통을 더는 효과적인 방법은 시간 단위를 아주 짧게 끊어서 매사를 생각하는 것. 내일이 걱정되면 1시간만 생각하고, 1시간도 걱정되면 5분만 생각하는 법이다. 스스로를 도와야 할 사람처럼 대하라거나 타인과 자신을 절대 비교말라는 책의 조언들도 삶을 일으키기 훌륭한 조언들이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피터슨 지음|메이븐 펴냄
 
핑크빛 볼에 주근깨 가득한 소년은 도시로 이사간 단짝 친구를 그린다. 친구가 떠나고 일 년하고도 이백하고도 육십 구일 동안 비가 내린다. 소년은 낙엽과 빗방울이 떨어지는 상실의 긴 터널을 지나 새로운 만남을 시작하는 법을 배운다. 작가이자 음악가인 저자의 서정시 같은 심리 묘사, 회색과 청색을 주조로 한 비 내리는 풍경이 소년의 먹먹한 심정을 깊이 있게 그려낸다. 노르웨이 풍의 자연주의적 작품이 단순한 우정을 넘어 마음에 상처를 경험한 이들을 위한 치료제로 읽힌다.
 
이백하고도 육십구일
로알 칼데스타 지음|비에른 루네 리 그림|책빛 펴냄
 
권익도 기자 ikdokw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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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익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