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아동을 치료하다 보면 더 이상 치료가 필요 없이 호전되어 치료를 종료하게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필자는 농담 삼아 졸업시킨다는 표현을 한다. 치료실을 졸업하여 떠난 아동의 소식을 오랜만에 듣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대부분 좋아진 상태로 발전해가는 희소식을 전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영호라는 아동의 소식을 확인 할 수 있었다. 영호는 만 5세의 늦은 나이로 치료를 시작했는데 자발어가 거의 없는 심각한 언어지연 상태의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이었다. 물경 18개월간 언어치료를 지속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언어발달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던 중증 자폐아동 이었다.
영호는 심각한 감각장애로 인한 사회성발달장애가 언어지연의 원인이었다. 그러므로 전통적인 언어치료법을 배제하고 감각발달치료와 플로어타임치료를 위주로 해 빠르게 자발어가 늘어나게 되었다. 필자의 책 <자폐 이겨 낼 수 있어>에서도 빠른 호전을 보고 한 적이 있는 아이인데 이후 정상적인 초등학교에 입학해 1년이나 지나면서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는 반가운 안부를 전했다.
미국에서 자폐아동의 플로어타임 치료법을 교육, 보급하는 ICDL의 리더 중에는 언어치료사가 적지 않다. 그중 경험 많은 언어치료사는 자신의 경험을 들려주며 자폐증 아동에게는 전통적인 언어치료를 시킬 필요가 없다고 조언한다. 플로어타임 치료를 잘하는 것만으로도 아동의 발화가 이루어지기에 전통적인 언어치료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ICDL에 이론적인 토대를 제공한 닥터 그린스판에 의하면 언어치료의 전제는 사회성발달이 근본적이라고 하였다. 즉 사회성발달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는 것이 전제돼야 기능적인 언어치료가 효과를 가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므로 그린스판은 자폐스펙트럼장애 아동에게 언어자극을 주는 것보다 사회적인 자극을 주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가 경험한 자폐아동의 언어장애는 <사회성장애 + 구강감각장애>에서 유발되었다. 그중에 가장핵심은 구강감각장애가 근본적인 경우가 많았고 일부는 감각을 유지해도 사회성장애로 언어욕구 형성이 안 되었다. 두 가지 문제가 풀리면 별다른 언어자극 없이 갑자기 문장으로 발화가 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그래서 필자의 자폐클리닉에서는 언어치료사도 직접 전통적인 언어치료를 진행하기 보다는 플로어타임을 진행하며 사회성자극을 우선시한다. 동시에 구강감각을 해소하기 위한 다양한 감각자극법을 결합해준다.
자폐아동의 언어장애는 본질상 실행 장애이다. 즉 말을 할 수 있는 신경학적인 능력은 본래 가지고 있다. 아무리 말을 못하는 자폐아동들도 갑자기 한두 마디를 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말을 필요로 하는 제때에 소리를 못 내거나 안내는 것이다. 이런 특징 때문에 언어를 실행하라고 강한 압력을 행사하면 아이가 몇 마디 발화는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강한 압력을 행사하여 발화를 유도하게 되면 아이는 무표정한 로봇같이 발화하는 자폐성발화만을 유지하게 된다. 이는 치료라기보다는 말하는 흉내를 가르치는 것이다. 자연스러운 언어욕구가 형성되고 사회성이 발달하며 언어가 출현하면 아주 자연스러운 표정의 언어가 나타난다. 필자는 이런 언어의 출현만이 지정한 자폐 치료라고 생각한다.
많은 곳에서 자폐아동의 언어치료를 진행하며 강압적인 방식을 동원한다고 한다. 강압까지는 아니라도 반복적으로 언어발화를 하라고 압력을 행사하는 방식의 치료법으로 사용하는 것은 안타가운 현실이다.
자폐아동에게는 자폐아동만을 위한 독특한 언어치료법이 필요하다. 자폐아동의 언어장애 특성을 잘 이해한다면 즐거운 경험이 누적되어 자연스럽게 발화가 느는 행복한 언어치료가 가능하다.
◇ 김문주 아이토마토한의원 대표원장
- 연세대학교 생명공학 졸업
- 가천대학교 한의학과 졸업
- (현)한의학 발전을 위한 열린포럼 운영위원
- (현)새로운 사회를 여는 연구원 부원장
- (현)플로어타임센터 자문의
- (전)한의사협회 보험약무이사
- (전)한의사협회 보험위원
- (전)자연인 한의원 대표원장
- (전)토마토아동발달연구소 자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