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온라인쇼핑을 중심으로 도소매 시장이 급속도로 ‘탈경계화’되고 있다. 전통시장이든 대형마트든 파이를 뺏긴 전통적 도소매 업종이 힘들긴 마찬가지다. 그럼에도 전통시장을 보호한다는 목적으로 대형매장에 벽을 치는 낡은 규제엔 변화가 없다. 해외직구 시대가 고도화되는 와중에도 초라한 벽을 치는 데만 집착하는 규제가 생존 위기에 직면한 국내 유통산업을 벼랑 끝에 내몬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온라인쇼핑 100조시대를 맞은 태풍 앞에는 유통업계나 전통시장이나 고꾸라지기 직전의 한배를 탄 처지”라며 “마트 규제로 인한 전통시장 부흥 효과가 불투명할 뿐더러 온라인이 오프라인 발길을 막아 일자리 감소마저 나타나는 마당에 전통시장을 보호하기 위해 온라인도 규제로 막을 것인지, 단순 진입 규제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며 포퓰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대형쇼핑몰을 막는다고 4차산업, 글로벌 트렌드인 온라인 중심 소비층 변화는 막을 수 없다. 손으로 하늘 가리는 격”이라며 “복합쇼핑몰 입점 저지를 하더라도 일차원적 규제가 아닌 상생안을 내놓도록 한다거나 시장이 함께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정부가 자영업자 대책으로 국회 계류 중인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기로 해 유통업계 표정이 침통하다. 개정안은 복합쇼핑몰 허가 절차를 까다롭게 해 출점을 제한하고 대형마트처럼 월 2회 의무휴업도 시행하는 게 골자다. 업계는 쇼핑몰을 규제하는 게 과연 중소상공인, 전통시장을 살리는 길인지 의문을 제기한다. 복합쇼핑몰은 그 자체적으로 중소기업,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매장 비중이 높아 ‘동족상잔’이란 볼멘소리도 나온다.
이미 오프라인 시장은 온라인 확장으로 사양화 추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온라인거래를 통한 소매판매는 지난해 80조원으로 전체 소매판매액 18%를 차지했다. 주요 선진국에 비해서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이로 인해 전통적인 일자리 산업인 유통업계가 침체되면서 고용 타격도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은행이 2014년 이후 지난해까지 온라인 거래 확대가 도소매업 고용에 미친 영향을 실증 분석해본 결과, 연평균 약 1만6000명 감소 파장이 있는 것으로 추산됐다. 전자상거래로 인해 전통적인 오프라인 업체들이 타격을 입는 소위 ‘아마존효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해외직구 등 유통 경계가 무너지면서 글로벌 침투로 인한 내수 감소도 나타난다. 해외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글로벌 이커머스 메이저가 국내에 발 들일 날도 머지 않았다. 최근 국내 기자간담회를 연 알리바바는 한국을 포함한 해외확장계획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는 해외직구 등 글로벌 마켓이 소매시장까지 확장되는 단계에서 정책당국이 이런 흐름을 고려해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궁지에 몰린 유통업계는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연계한 O2O 전략으로 해법을 찾고 있다. 오프라인 집객효과와 온라인 편의성을 결합해 새로운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신세계 이마트의 경우 그런 전략의 연장선에서 키즈라이브러리, 상생스토어 등 전통시장에 젊은층 집객효과가 높은 매장을 내는 상생방안도 시도하고 있다. 일방통행식 규제는 그러한 노력에도 찬물을 끼얹는다고 업계는 우려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