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통상임금 판결 여파…기업부담 가중 '우려'

입력 : 2019-02-22 오후 5:45:52
[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기아자동차가 통상임금 2심 판결에서 패소하면서 경영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또한 현대·기아차 최저임금 문제와 결부되면 '인건비 리스크'로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제기되고 있다. 
 
서울고법 민사1부(재판장 윤승은)는 22일 "청구금액 6588억원 중 3125억원과 지연이자를 회사가 지급하라"면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1심에서 인정된 중식대와 가족수당은 통상임금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인용금액은 3126억원에서 3125억원으로 1억원 감소했다. 
 
다만 1심이 2017년 8월에 이뤄졌고 당시 시점에서 계산된 지연이자가 109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기아차의 부담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아차는 노조의 요구가 회사의 경영 위기를 심화시키고 '신의성실의 원칙'에 위반된다고 주장했지만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기아차의 당기순이익, 매출액, 동원 가능한 자금 규모, 보유 현금 등을 고려할 때 이번 사건의 청구로 회사에 둥대한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되거나 기업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아차 노조가 2심에서도 승소하면서 현대차 통상임금 소송에도 관심이 쏠린다. 현대차의 경우 노조가 1심과 2심 모두 패소했지만 노조는 "전 정권 시절 사법거래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또한 신의성실의 원칙이 최근 좁게 해석되고 있는 점도 변수다.
 
기아차가 통상임금 2심에서도 패소하면서 인건비 부담이 급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진/기아차
 
앞으로 현대·기아차 노조는 최저임금 사안에 대해서 사측을 강하게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 따르면 올해 최저임금법 개정안 시행 후 최저임금에 미달하는 인원은 현대차 7000명, 기아차 1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노조가 이번 승소의 여세를 몰아 최저임금 사안을 통해 기본급 인상을 관철시키게 된다면 현대·기아차의 인건비 부담은 급증하게 된다.
 
이호근 대덕대 교수는 "현대·기아차의 인건비 부담 증가는 고용시장의 위축을 가져올 것"이라면서 "최근 기아차의 생산직 인원 채용이 보류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현대·기아차는 재원 마련을 위해서 연구개발 비용, 신규채용 등을 줄일 것으로 보인다"면서 "결국 미래 경쟁력이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임금협상을 둘러싼 제반 사정과 노사 관행을 고려하지 않고 '중대한 경영상의 어려움'을 신의칙 적용 기준으로 삼는 것은 주관적이고 편파적인 판단을 야기할 수밖에 없다"면서 "기업의 경영성과는 기업 내부와 외부의 경영환경과 경쟁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종합적인 사안이기에 단순한 회계장부나 재무제표에서 나타나는 단기 현상으로 경영상황을 판단하는 것은 본질적인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또, "국내 자동차 산업이 고임금이라는 고질적 문제로 글로벌 시장에서의 경쟁력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는 상황에서 사법부가 근로자들의 수당을 추가로 올려주게 되면 해당 기업뿐 아니라 산업과 국가경쟁력 전반에 어려움과 위기를 가중시킬 것은 명확하다"고 주장했다.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도 "이번 판결은 인건비 추가 부담에 따른 기업 경영의 불확실성을 높이면서 국가 및 산업 경쟁력 약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스럽다"면서 "통상임금 소송에 따른 기업경영 위축으로 노사 모두가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조속히 신의칙 적용 관련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해 사법적 불확실성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아차는 이번 판결에 유감을 나타내면서 선고 결과를 면밀히 검토한 후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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