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서윤 기자] 매크로를 이용한 댓글조작 혐의로 기소된 ‘드루킹’ 김동원씨 측이 항소심을 앞두고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의 변사사건 관련 기록을 증거로 요구했다.
서울고법 형사4부(재판장 조용현)는 27일 컴퓨터 등 장애 업무 방해 등 혐의로 기소된 김씨와 ‘경제적 공진화를 위한 모임(경공모)’ 회원 등 9명에 대한 항소심 첫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이날 법정엔 김씨를 포함한 피고인 전원이 모두 출석했다. 공판준비기일에는 피고인이 반드시 출석해야 할 의무는 없다.
김형남 변호사는 김씨가 노 의원에게 5000만원을 건넨 혐의가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된 데 대해 “정치자금 수수는 준 사람이 있고 받은 사람이 있는 건데, 김씨는 (노 의원에게 직접 건넨) ‘2000만원도, (부인 김지선씨를 통해 건넨) 3000만원도 준 적이 없다’고 일관되게 법정에서 반복해 구체적으로 진술했다”면서 “그럼 받았다는 사람을 조사해야 하는데, 한 사람은 자살하고 한 사람은 증인 신청을 해도 소환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그러면서 서울중부경찰서가 보관하고 있는 노 의원의 변사사건 수사기록과 검시보고서를 증거로 신청하고, 부인 김모씨를 증인으로 소환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재판부는 “구체적인 증인 신청과 관련해 사전에 준비된 형식을 갖춰달라고 말했는데, 지금 말씀 내용은 그런 요건에 맞춰 신청하지 않았고, 기록상으론 증거신청이 아무것도 안 돼 있는 상태”라며 “항소심에서의 증거신청은 1심과 달리 별도 요건을 갖춰야만 증거 채택을 받을 수 있다. 다음 기일 전까지 요건을 갖춰 정식으로 신청해달라”고 답했다.
댓글조작 및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드루킹' 김동원씨가 지난 13일 아내 폭행 혐의로 기소된 사건의 항소심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서울고등법원 법정으로 들어가는 모습. 사진/뉴시스
법원에 따르면, 김씨는 경공모 회원들과 2016년 12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매크로 프로그램 ‘킹크랩’을 이용해 네이버와 다음 등 포털사이트 뉴스기사 댓글 140만여개에 공감·비공감을 총 9970여만회에 걸쳐 반복적으로 클릭해 댓글순위 산정업무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한 김씨 일당은 지난해 9월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전 보좌관 한모씨에게 인사 청탁 등 편의 대가로 500만원을 준 혐의와 2016년 3월 두 차례에 걸쳐 노 의원에게 총 5000만원의 정치자금을 기부한 혐의 등도 받았다.
1심은 지난 1월 댓글조작 혐의 등에 대해 “온라인상 건전한 여론형성을 심각하게 저해하고, 유권자의 정당과 후보자 판단에 개입해 의사결정을 왜곡함으로써, 자유롭고 공정한 선거과정을 저해하고, 거래대상이 돼선 안 되는 공직까지 요구해 죄질이 불량하다”며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했다. 다만, 노 의원에게 총 5000만원을 전달한 데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이에 김씨 측은 즉각 항소했다.
앞서 지난 20일 김 변호사는 18·19대 대선 무효소송인단 공동대표를 맡고 있는 한모씨와 함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수사를 해야 한다”면서 김지선씨에 대한 고발장을 검찰에 제출하기도 했다.
최서윤 기자 sabiduri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