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현재는 SUV 인기추세와 맞물려 다양한 브랜드의 라인업들이 있지만 1980~90년대만 해도 국내에서는 ‘SUV=지프(JEEP)’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지프는 SUV를 상징하는 존재다. 기자도 어린 시절 SUV 차량을 보면 ‘짚차’라고 했던 기억이 날 정도다.
FCA코리아는 지난 17일 오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지프 ‘랭글러’의 풀 라인업을 공개했다. 랭글러의 라인업은 2도어 스포츠, 루비콘, 그리고 4도어 스포츠, 루비콘, 오버랜드, 루비콘 파워탑 등 6가지다. 시승은 17일 세종문화회관에서 출발해 내부순환도로, 강변북로, 자유로, 외곽순환도로를 거쳐 경기도 양주에 위치한 포레엠까지 110km 구간에서 진행됐다. 시승 모델은 오버랜드였다.
17일 시승했던 지프 랭글러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시승 모델의 외관을 보니 지프를 상징하는 세븐-슬롯 그릴, 원형 헤드램프 등이 눈에 들어왔다. 측면에는 작게 ‘OVERLAND’ 레터링이 표시돼 있었다. 보다 편리한 승차라와 오프로드 주행 시 안정감을 위해 A필러와 B필러에 손잡이가 장착됐고 시트는 끈을 통해 시트를 조절하는 방식 등에서도 투박하고 강력한 SUV라는 점이 연상됐다.
다만 계기판과 센터페시아 등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예상외로 세련됐다는 느낌이었다. 전반적으로 군용 트럭의 이미지를 받았지만 루비콘이나 루비콘 파워탑, 스포츠 보다는 고급스럽다는 생각이다. 기어 노브 왼쪽에는 이륜과 사륜으로 조작할 수 있는 구동 레버도 위치했다. 이에 대해 지프 관계자는 “새로운 고객층 확보를 위해 정숙성을 높이고 다양한 편의 사양으로 데일리카의 이미지도 강조했다”고 설명했다.
지프 랭글러의 인테리어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시승 차량의 스티어링과 계기판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8.4인치 터치스크린은 시인성이 좋았지만 내비게이션은 다소 불편했다. 스티어링 휠 중앙에 ‘JEEP’ 레터링이 보였고 계기판은 검정과 노랑 계열의 대비가 인상적이었다. 듀얼 에어콘 시스템이 탑재됐으며, 터치스크린 양 옆에 에어벤트가 위치한 점도 특징이었다.
지프 랭글러에는 2.0 직분사 터보 엔진이 탑재됐고 최고출력 272마력, 최대토크 40.8kg·m의 성능을 보유했다. 투박한 이미지에서 소음이 심할 것으로 우려했지만 예상만큼 소음이 크지는 않았다. 시승 초반, 서울 시내 구간이 혼잡해 가속 성능을 경험할 수 없었지만 정체 구간 이후 시원하게 질주할 수 있었다. 스티어링 조작감을 매우 가벼웠으며, 탁월한 가속 성능과는 달리 제동 성능은 다소 밀린다는 느낌이었다.
17일 진행된 지프 시승행사 모습. 사진/FCA코리아
지프의 진가는 평지보다 와인딩 코스, 오르막길에서 드러났다. 구불구불한 길이 계속 이어지는 곳에서 무난하고 안정적으로 주행할 수 있었다.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은 전혀 들지 않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좌우 높이가 다른 경사면 구간 등 시승 차량의 오프로드 성능도 경험했다. 4륜 저속 구동모드로 바꾼 후 안전하게 오프로드 구간을 통과하면서 차량의 접지력, 경사로 제어능력, 언덕 밀림 방지 등의 기능을 체험했다.
다만 서스펜션이 단단했고 주행 중 특히 뒷좌석에 탔을 때 충격이 그대로 전달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오프로드의 투박함과 데일리카의 세련됨을 동시에 느끼고자 한다면 지프 랭글러는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오프로드 체험 행사 모습. 사진/FCA코리아
지프 랭글러 측면부 모습. 사진/김재홍 기자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