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덩치가 큰 것치고는 가볍다"
함께 '트래버스'를 시승했던 기자 4명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실제로 만난 트래버스는 대형차는 무거울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꽤 힘차게 달려 '질주 본능'을 자극했다.
한국지엠 쉐보레가 지난 3일 공개한 대형 SUV 트래버스. 현대자동차 팰리세이드가 지난해 말 출시 후 누적 계약 건수 9만 건을 돌파하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두자 쉐보레가 야심 차게 들여온 모델이다.
지난 4일 서울 잠실 롯데호텔에서 강원도 속초 롯데리조트까지 약 180km 구간을 트래버스를 타고 달렸다. 실제 운전한 구간은 가평휴게소에서 홍천휴게소까지 약 43km 구간으로 나머지 구간에서는 뒷자리에 탑승해 넓은 공간을 즐겼다.
대형 SUV지만 트래버스는 강렬하고 위엄있는 인상보다는 부드러운 느낌을 풍겼다. 외관에 직선보다 곡선이 많아 앞서 시승했던 쉐보레 픽업트럭 '콜로라도'와 전체적인 디자인이 비슷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한국지엠 쉐보레가 지난 3일 공개한 대형 SUV '트래버스'. 사진/김지영 기자
쉐보레는 트래버스를 출시하며 '동급 최대 공간'임을 강조했다. 실제 트래버스의 길이는 팰리세이드보다 200mm 길고 폭도 조금 넓다. 운전석 뒷자리인 2열의 경우 무릎공간이 상당히 넓었다. 좌석을 앞뒤로 움직일 수도 있어 3열에 탑승자가 없다면 더욱 넓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다만 3열은 다른 대형 SUV와 마찬가지로 무릎공간이 좁았다. 쉐보레는 3열의 무릎공간이 동급 최대인 850mm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성인이 앉기에는 불편해 보였다.
좌석 시트도 가죽을 사용해 고급스러움을 강화했다. 다만 콜로라도와 마찬가지로 센터페시아는 투박했다. 버튼 몇 개가 큼지막하게 자리하고 있었는데 한국산이나 유럽산 차만큼 섬세하지 않아 아쉬웠다.
트래버스 운전석. 사진/김지영 기자
4명이 함께 탔고, 대형 SUV이기 때문에 묵직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주행감은 가벼웠다. 트래버스는 3.6리터 직분사 가솔린 엔진과 하이드라매틱 9단 자동변속기를 장착했다. 최고출력은 314마력, 최대토크는 36.8km·g이다. 4륜구동을 기본 적용했는데 환경에 따라 2륜구동, 4륜구동, 오프로드, 견인과 운반을 위한 토우 홀 모드 4가지 중 선택할 수 있다.
이날 운전석에 앉아 4륜구동에 맞춘 후 가속 페달을 살짝 밟았더니 트래버스는 가볍게 앞 차와의 간격을 좁혔다. 180km까지 가속해도 무리 없이 부드럽게 나아갔다. 빠른 속도로 차선 변경을 하고 구불구불한 오프로드를 달려도 타이어가 바닥을 꽤 안정적으로 잡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만 최신 차량임에도 운전 피로감을 덜 수 있는 다양한 첨단 운전자보조 기능이 적어 아쉬웠다. 이날 고속도로에서 차선유지 보조시스템을 켜고 달렸는데 같은 기능이 있는 다른 국산 모델들보다 차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한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한쪽 차선에 가까워지면 핸들이 조금씩 움직이기는 했지만 말 그대로 '보조'일 뿐 완전히 의지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였다.
트래버스 내부. 사진/김지영 기자
일정 속도를 맞추면 앞차와의 간격을 스스로 조절하는 어댑티브 크루즈콘트롤(ACC)이 없는 것도 아쉽다.
뒷좌석 승차감은 나쁘지 않다. 흙 위로 거친 돌들이 굴러다니는 오프로드 코스에서도 흔들림이 심하지 않았다. 뒤로 밀리는 느낌도 없어 극한의 오프로드가 아니라면 주행에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쉐보레의 장점인 소음이 심하지 않아 아이들을 태우고 캠핑을 갈 때 적합할 것으로 보인다.
복합연비는 리터당 8.3km로 대형 SUV이고, 디젤 모델도 없기 때문에 연비 효율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날 도심 주행 연비는 8km를 기록했다.
트래버스의 가격은 4520만~5522만원이다. 팰리세이드보다는 약 1000만원 비싸지만 다른 대형 SUV보다는 저렴한 편이다.
'트래버스' 블랙 컬러 측면. 사진/김지영 기자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