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한국지엠이 지난해 군산공장 폐쇄 당시 산업은행으로부터 8000억원을 지원받은 이후에도 법원 판결을 무시한 채 불법파견 사안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창원공장 비정규직 직원들을 무더기 해고한 직후 신규 채용공고를 내는 등 문제 해결은 회피한 채 '꼼수'를 부린다는 비판이 나온다.
29일 자동차업계와 노동계에 따르면 창원공장 비정규직지회 조합원 120여명은 지난 23일부터 본관 앞에서 천막농성을 진행하고 있다. 또한 비정규직 직원들이 담당하는 공정라인에 정규직 직원들이나 관리자가 진입하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다. 지회 관계자는 “사측은 29일 이후 천막을 강제로 철거하겠다는 공문을 보내왔다”면서 “지회는 31일부터 전체 조합원이 참여하는 농성에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사측은 지난 13일 지회에 23일부터 기존 2교대에서 1교대로 근무형태를 변경하고 비정규직 직원들이 속한 A조에 대한 임시 휴업조치를 진행한다고 통보했다. 31일부로 해고한다는 방침도 재확인했다.
한국지엠이 창원공장 비정규직 직원들에 해고를 통보하자 직원들이 공정 라인을 지키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지회
특히 이달 24일 창원공장에 신입 직원 모집공고가 부착되면서 지회의 반발은 한층 거세졌다. 지회 측은 “내년부터 생산물량 부족으로 비정규직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하면서 다시 신규 사원을 모집하는 기만적인 상황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결국 해고의 목적이 불법파견 책임을 피하려는 꼼수임을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불법파견 사안과 관련해 지난 2013년 2월, 대법원은 닉 라일리 지엠대우(현 한국지엠) 사장에 파견법 위반으로 벌금 700만원 선고를 확정했다. 같은해 6월, 지회 소속 5명이 한국지엠을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해 2016년 6월 최종 승소했다.
올해도 창원공장 비정규직 직원들이 승소한 사례가 잇따라 나왔다. 2월14일 인천지방법원은 비정규직 38명이 사측을 상대로 낸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2월 말 창원지방법원도 비정규직 111명이 제기한 소송에서 한국지엠이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한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인천지법 판결은 내달 10일 서울고등법원에서 2심 선고 예정이다.
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지회 조합원들이 해고 조치에 반발하고 있다. 사진/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지회
또한 고용노동부 창원지청은 지난해 5월28일 한국지엠에 창원공장 8개 하청업체 774명 불법파견에 대한 시정 행정명령을 내리면서 7월3일까지 이행하지 않으면 1인당 1000만원씩 77억4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행정소송을 제기해 현재 계류 중이다.
이환춘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한국지엠이 해고를 통해 지회 조합원들을 압박하면서 불법파견 문제를 회피하려는 꼼수를 쓰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금속노조 법률원이 창원공장 비정규직 지회와 같이 진행하는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패소한 적이 없으며, 그만큼 고용의무가 명백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출처/한국지엠 창원공장 비정규직 지회
지회는 한국지엠이 불법파견 소송을 취하하면 위로금을 지급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하면서 조합원 회유를 시도했다고 비판했다. 지회에 따르면 부제소 확약서를 제출 시 2년 이상 근무자는 3000만원, 1년 이상 2년 미만 2000만원, 1년 미만 10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이 문건에 포함됐다.
지회 관계자는 “한국지엠은 2017년 경영정상화를 조건으로 산업은행에 8000억원을 받았지만 14년째 불법파견 문제 해결은 외면하고 있다”면서 “비정규직을 대량 해고해 불법파견을 덮으려고 하지 말고 직접 고용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한국지엠 관계자는 “관련 소송이 아직 1심 또는 2심이 진행 중”이라면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오면 그 결과에 따를 것”이라고 답변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