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코로나 19 여파가 자동차 부품업계를 강타하고 있다. 완성차 업체들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하거나 생산물량을 줄이면서 부품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될 경우 줄도산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자동차 일부 라인은 아직 정상 가동되지 못하고 있다. 제네시스 GV80, 팰리세이드, 싼타페 등을 생산하는 울산2공장은 21일 휴업할 예정이다. 전주공장의 트럭·버스 생산라인도 21일 이후 라인별 가동 시점은 유동적이다.
카니발, 스팅어, K9 등을 조립하는 기아차 소하리 공장과 광주3공장 봉고·트럭 라인도 14일부터 가동을 시작하려고 했지만 연장이 거듭되면서 21일까지 휴업한다. 쌍용자동차는 지난 4~11일 평택공장 라인가동을 중단했으며, 한국지엠도 17~18일 부평1공장을 휴업했다. 르노삼성자동차는 11~14일 공장을 멈춘 후 17일부터 가동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공장이 모두 가동되더라도 이전 수준 가동률을 회복하기까지에는 1~2달 정도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한 중국 내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지 않는다면 그 시점은 더욱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위기 상황에 놓인 부품업계는 치명타를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실제로 부품업계에서는 “현재도 어려운데, 코로나 문제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존립 위기에 놓일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코로나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부품업체들의 줄도산이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현대차 울산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문승 한국지엠 협신회 회장은 “부품업체들이 지금은 공장 라인을 돌리고 있지만 외부 변수에 따라 라인을 세울 수도 있는 위험에 놓였다”면서 “업체 입장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방법도 없고 사태가 나빠지지 않기를 바라면서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 사태로 완성차 업체들이 ‘감기’에 걸렸다면 부품업계는 몸살에 걸린 것에 비유할 정도로 부품업체들의 타격이 크다”면서 “지방 부품업체 관계자들을 만나면 ‘상황이 어렵다’는 반응만 접할 정도”라고 진단했다.
전종윤 부산상공회의소 조사연구본부 조사역도 “부산지역에는 현대·기아차, 르노삼성 협력업체들이 많은데 최근 원청 업체의 공장가동 중단 여파로 부품업체들이 피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또한 “현재도 상황이 불투명하면서 일부 업체들은 공장 가동을 쉬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 “단기간 내에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이들 업체들은 판로문제 등 위기에 봉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품업계의 어려움은 2년전부터 가시화됐지만 코로나 사태로 부품 생태계 붕괴까지도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18년 12월 ‘자동차 부품산업 활력제고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몇년간 국내 완성차 업계 생산량 급감으로 인해 부품기업들의 경영이 악화되면서 지원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지난 4일부터 12일까지 가동을 중단한 쌍용차 평택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국내 완성차 생산량은 2011년 465만대에서 2018년 402만대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395만대에 그치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화가 20일 발표한 ‘2019 해외 주요 자동차시장 및 정책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자동차 판매는 6203만대로 전년 대비 4.2% 감소했고 올해도 하락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부품업체들의 영업이익률도 2016년 3.6%에서 지난해에는 2%에도 미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코로나 여파를 감안하면 올해 영업이익률은 더욱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현대·기아차 등 완성차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버틸 여력이 있지만 부품업체들은 1~2개월만 생산 차질을 빚어도 존립 자체에 영향을 받는다”면서 “과거 완성차 업체의 영업이익률은 3~4% 수준이었다면 1차 협력업체는 1%대, 2차 협력업체는 손익분기점 부근이나 마이너스까지 하락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부품업체들은 이전에도 어려웠지만 지금은 줄도산 위기에 처해있다”면서 “부품업계에 대한 정부 지원대책이 절실하며, 완성차 업체들도 다소 생산비용이 오르더라도 중국에 편중된 부품수급 체계를 바꿔 리스크 관리는 물론 부품 생태계 유지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