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태스크포스(TF) 브리핑을 축소 또는 중단할 수 있다는 현지 보도가 나왔다. 이는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치료를 위해 살균제 인체에 직접 주입하면 어떻겠냐고 발언하면서 거센 후폭풍을 맞고 있기 때문이다.
24일(현지시간)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앞으로 코로나19 TF 브리핑을 축소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악시오스는 4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다음 주부터 매일 브리핑룸에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며 “참석을 하더라도 예전처럼 긴 시간동안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을 하지는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이번 주말 트럼프 대통령의 브리핑 일정이 없다고 보고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앞서 전날 빌 브라이언 미 국토안보부 과학기술 국장은 코로나19 관련 브리핑에서 자외선과 살균제가 코로나19 바리러스를 죽이는데 효과적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우리 몸에 엄청난 양의 자외선이나 아주 강력한 빛을 쪼이면 어떻게 되는지 한번 실험해보자”라며 “우리가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거나 소독하는 방법은 없겠는가? 폐에 들어가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퍼지며 그 논란도 일파만파 확산됐다.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과 관련해 트위터에 “나는 내가 이 말을 해야 한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며 “그러나 제발 표백제를 마시지 말라”는 글을 올렸으며, 빈 굽타 호흡기내과 박사는 “이는(살균제를 몸에 주입하는 행동) 사람들이 생을 마감하기 위해 흔히 선택하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미국 보건 당국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선을 그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트윗을 통해 살균제를 부적절하게 사용해선 안된다는 ‘경고문’을 올렸고, 미 식품의약국(FDA)도 트럼프 대통령이 띄워온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등의 약물에 대한 부작용을 경고했다.
살균제 발언의 거센 후폭풍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24일(현지시간) 코로나19 TF 브리핑도 축소됐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진행한 코로나19 브리핑을 22분 만에 끝내고 퇴장했다고 보도했다. 지난달 중순 브리핑을 시작한 이후 최단 시간으로, 기자들의 질문도 받지 않았다.
CNN은 참모진들 사이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일일 브리핑을 중단해야 한다는 충고가 이미 지난주부터 나왔다며, 이번 짧은 브리핑의 배경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친 발언을 막기 위해 대통령의 일일 브리핑을 축소해야 한다는 측근들의 조언이 있었다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코로나19 TF팀의 한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은 살균제 발언 이후 시작된 집중 공격으로 상당히 화가난 상태”라며 “이날 짧은 브리핑을 한 이유로 추측된다”고 말했다.
백악관 당국자는 ‘살균제 주입치료’ 발언에 대해 “우리는 트럼프 대통령에 그렇게 길고 자유분방한 기자회견을 중단하라고 간청했다”며 “이번 발언은 그동안 우리가 우려해왔던 게 현실이 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