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코로나19 여파로 자동차 업계가 위기상황에 놓인 가운데 한국지엠과 르노삼성자동차 노동조합은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로 인해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조는 지난 18일 임시대의원회의에서 2020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정기·호봉승급분 제외), 성과급은 통상임금의 400%+600만원 지급 등이다. 노조가 요구한 성과급 규모는 2200만원 수준으로 알려졌다.
또한 조립라인 근무 조합원들에게 T/C 수당 500% 인상, 생산장려수당 지급범위 확대, 내년 1월1일부로 승진 관련 사무직 전체 임금의 1.6% 이상의 펀드 확보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에 대해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노조 게시판에서 한 조합원은 “회사가 부도직전까지 갔다가 국민혈세로 겨우 위기를 모면했고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에서 납득할 수 있는 걸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는 최근 기본급 12만304원 인상 등의 내용을 담은 요구안을 확정했다. 부평공장 모습. 사진/뉴시스
노사는 임단협 외에 부평공장 인근 물류최적화센터(LOC) 매각으로도 대립하고 있다. 사측은 코로나19로 악화된 자금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각을 추진하고 있는 반면, 노조는 “사측이 일방적으로 통보했으며, 조합원들의 삶의 터전을 파괴하는 행위라는 점에서 반드시 저지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노조는 지난 18일부터 철야농성에 돌입하면서 노사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르노삼성 노조도 지난달 27일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7만1687원 인상, 노동강도 완화, 코로나19 위기 극복과 XM3 성공 론칭 격려금 500만원, 타결 격려금 200만원 등을 관철시킨다는 계획이다. 노사는 좀처럼 교섭 일정을 잡지 못하다가 다음달 6일 상견례를 실시하기로 합의했다.
사측은 비용감축을 위해 일부 직영 서비스센터 폐쇄를 검토하고 있다. 이에 노조는 지난 26일 집회를 여는 등 철회를 촉구하면서 교섭도 난항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르노삼성 부산공장 모습. 사진/르노삼성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자동차 업체들이 위기에 처했다는 점에서 노조의 기본급 인상 요구가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5월까지 한국지엠의 내수는 3만1741대로 전년동기(2만9810대) 대비 6.5% 증가했지만 수출은 10만8312대로 32.3% 감소하면서 전체 실적도 28.1%나 하락했다. 르노삼성도 XM3의 판매호조로 내수에서는 4만1574대로 전년동기(2만8942대)보다 43.6% 늘었지만 수출은 1만1832대로 69.0% 줄면서 전체 실적도 20.5% 감소했다.
한편,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 24일 ‘품질혁신을 위한 노사 공동선언’을 발표하면서 위기극복에 힘을 모으고 있다. 노사는 “고객이 만족하는 완벽한 품질확보와 시장수요에 따른 생산 극대화로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올해 자동차 업계는 내수가 조금 살아났지만 수출에서 큰 타격을 받고 있으며, 쌍용자동차 위기 등으로 상황이 매우 좋지 않다”면서 “노조의 의례적인 임금인상 요구는 위기극복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