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어진 시장 재편의 꿈…'각자도생판' 된 항공업계

코로나19 장기화에 매각 무산 줄줄이
기약 없는 휴직에 직원들은 알바 전선

입력 : 2020-07-27 오전 5:31:00
[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항공사들의 실적이 고꾸라지고 매각도 무산되면서 시장 재편의 꿈이 멀어지고 있다. 전체 항공사 직원 중 65%가량은 휴직 중인 상황으로 생계를 위해 '알바 전선'에 뛰어드는 등 각자도생에 나서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26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제주항공이 이스타항공 인수 포기를 선언하고 아시아나항공을 매입하기로 했던 HDC현대산업개발도 인수 진행을 미루면서 항공업계 재편이 늦어지고 있다. 항공업계에서는 지난해부터 공급과잉으로 수익이 급감하며 시장이 재편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었다.
 
이 가운데 코로나19까지 터지며 항공사들은 직원 월급 주는 것마저 힘들어진 상황이다. 현재 국내 전체 항공사는 대부분 기본급의 50~70%가량을 지급하는 유급휴직을 시행하고 있으며 이스타항공의 경우 정부의 지원을 받지 못해 5개월째 전 직원 월급을 체불한 상태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 시장 재편이 미뤄지고 있다. 사진은 국내 항공사 항공기들. 사진/각사
 
물 건너간 시장 재편…엉망진창 항공업계
 
항공포털 통계에 따르면 인구 1000만명당 국내 항공사 수는 2.1개로 유럽 1.4개, 일본 1개, 미국 0.8개와 비교해 가장 많은 수준이다. 현재 운영 중인 국내 항공사는 대형항공사(FSC) 2곳과 저비용항공사(LCC) 7곳이다. 아직 허가 절차가 끝나지 않아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하지 않은 신규 LCC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까지 더하면 국내 항공사 수는 11곳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항공사 수가 많아지고 공급과잉으로 인해 수익이 줄면서 지난해부터 전문가들은 항공업계 시장 재편이 시급하다고 지적해왔다. 이렇게 가다간 소규모 항공사부터 파산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가 취약한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이 매물로 나왔지만 줄줄이 매각이 무산되는 형국이다. 특히 이스타항공은 완전자본잠식에 체불임금 250억원, 조업료와 유류비까지 미지급금도 1700억원에 달해 새 주인을 찾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이스타항공은 신규 투자자를 모집하고 연고지인 전라북도와 군산시에 자금 요청도 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만약 자금을 빠르게 수혈하지 못하면 파산 수순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항공 또한 HDC현산으로의 매각에 난기류가 끼면서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매각이 최종 무산되면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분리 매각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HDC현산이 모호한 태도를 일관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
 
이 가운데 아직 운항을 시작하지 않은 신생 항공사 에어로케이와 에어프레미아는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기 운항을 위한 운항증명(AOC)을 받고 계획대로 취항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지난 1월 중국에서 인천국제공항으로 들어온 항공기의 짐을 내리는 지상조업사 직원. 사진/뉴시스
 
알바하는 직원들, 취준생은 포기
 
이처럼 항공업계가 엉망이 되면서 피해는 직원들에게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다. 항공업은 본사 직원은 물론 항공기 청소 등의 업무를 하는 지상조업사와 2차, 3차 협력사까지 상당이 인력이 필요한 산업이다.
 
특히 파산 위기에 놓인 이스타항공 직원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 이미 5개월째 임금을 받지 못했는데 회사가 파산하면 당장 일자리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모든 항공사 사정이 어렵기 때문에 당장 재취업도 힘든 상황이다.
 
이스타항공 한 직원은 "월급이 밀리면서 택배나 마트 시식코너 알바를 하는 직원들도 있다"며 "무급이어도 좋으니 예전처럼 다시 비행하고 싶다며 실직을 걱정하는 직원들도 많다"고 말했다.
 
항공사들과 계약하고 짐 운반, 기내식 제공 등의 업무를 지상조업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일거리가 코로나19 이전의 5분의 1 수준으로 줄면서 인력이 남는 상황으로 지상조업사들의 2차 협력사 중에는 경영난으로 이미 문을 닫은 곳도 있다. 폐업은 하지 않더라도 희망퇴직이나 무기한 무급휴직에 돌입한 곳도 많다.
 
경영난으로 항공사들이 인력을 줄이면서 항공사 취업을 준비했던 취업준비생들의 고민도 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매년 500명 이상이었던 조종사 채용 규모는 올해는 50명가량으로 줄었다. 승무원을 꿈꾸며 취업을 준비했던 A씨는 한 취업 관련 커뮤니티에 "이번 사태를 보면서 항공사가 생각했던 것만큼의 '꿈의 직장'은 아니라는 것을 실감했다"며 "신규 채용 소식 또한 없어 더 늦기 전에 꿈을 접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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