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아시아나항공 매각 주체인 금호산업과 인수자인 HDC현대산업개발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실사에 협조하지 않았다며 재실사를 촉구하고 있지만 금호산업은 이는 인수 포기를 위한 흠집 내기 작업이라는 주장이다. 급기야 금호산업이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나서면서 이번 딜이 최종 무산될 것이라는 관측에 더욱 힘이 실리고 있다.
금호산업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HDC현산이 마치 충분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거래 종결을 회피하면서 책임을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에 전가하고 있다"며 "진정성 있는 자세로 거래 종결을 위한 절차에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금호산업에 따르면 HDC현산은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 주식매매계약(SPA) 체결 후 인수준비위원회를 구성해 본사에 상주하면서 실사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영업과 재무 상태 등 모든 자료를 수개월 간 검토했고 아시아나항공도 요구하는 자료를 충분히 제공했다는 설명이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경영상 부담을 감수하면서 이에 필요한 모든 협조를 했다"며 "이는 국내 인수·합병(M&A) 역사상 전례 없는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HDC현산이 기본적인 계약서조차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등 충분한 확인이 이뤄지지 않은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는 것은 지극히 유감"이라고 강조했다.
금호산업과 HDC현산의 진실공방이 치열해지면서 두 기업의 인수 거래가 최종 무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진/각사
금호산업이 이처럼 반박에 나선 것은 이날 HDC현산이 보도자료를 통해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선행조건 충족 의무는 이행하지 않고 당사의 재실사 요구를 묵살한 채 29일 계약해제 및 위약금 몰취를 예고하는 내용증명을 보냈다"며 "아시아나항공 정상화에 목표를 두고 인수절차를 진행해온 HDC현산은 이러한 상황에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HDC현산은 또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이 이미 선행조건 미충족 등 인수계약을 위반하였으므로 계약을 해제하고 계약금 반환 절차를 진행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성공적인 거래종결을 위해 재실사를 진정으로 바라고 있다"며 "채권단이 재실사를 참관하거나 공동으로 진행한다면 절차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했다.
이번 재실사 요구가 딜 포기를 위한 명분 쌓기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HDC현산은 "금호산업과 아시아나항공은 인수를 위해 이미 상당한 인력과 자금을 투입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HDC현산의 진정성을 폄훼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8월 중 재실사 개시에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금호산업은 지난 14일 인수 거래를 마무리하자는 내용 증명을 HDC현산에 발송했다. 하지만 HDC현산은 금호산업이 실사에 협조하지 않았고, 추가 차입과 계열사 지원 등 경영상 주요 사항을 협의 없이 결정했다며 재실사를 요구했다. 이에 금호산업은 전날 더 이상의 기간 연장은 안 된다며 인수를 종결하지 않으면 계약 해지를 하겠다는 공문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