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기종 기자]
한미약품(128940)이 약 4년 만에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키며 원조 '기술수출 명가'의 체면을 세웠다.
4일 한미약품은 미국 MSD와 최대 1조원 규모의 자사 바이오신약 후보물질 'LAPS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를 비알코올성지방간염(NASH) 치료제로 개발, 제조 및 상용화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LAPS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의 일반명은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이며, 'HM12525A'라는 코드명으로도 불렸다. LAPS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는 인슐린 분비 및 식욕억제를 돕는 GLP-1과, 에너지대사량을 증가시키는 글루카곤을 동시에 활성화하는 이중작용 치료제로, 한미약품이 보유한 약효지속 기반 기술 '랩스커버리'가 적용됐다. 해당 물질은 지난 2015년 얀센에 비만당뇨 바이오신약 개발을 위해 기술수출 했지만, 2019년 반환됐다. 당초 당뇨 및 비만환자 치료제 개발을 목적으로 수출됐으나, 이번 MSD와의 계약은 NASH 치료제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번 계약으로 MSD는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LAPSGLP/Glucagon 수용체 듀얼 아고니스트의 개발, 제조 및 상업화에 대한 독점적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한미약품은 MSD로부터 확정된 계약금 1000만달러와 단계별 임상개발 및 허가, 상업화 마일스톤으로 최대 8억6000만달러를 수령하며, 제품 출시 이후에는 두 자리 수 비율의 판매 로열티도 받는다. 지난 2016년 9월 제넨텍과 체결한 표적항암신약 기술수출 계약(총 9억1000만달러) 이후 약 4년 만의 대형 계약이다.
샘 엥겔 MSD 임상 연구센터 당뇨·내분비내과 총괄 박사는 "에피노페그듀타이드의 2상 임상 데이터는 이 후보물질이 NASH 치료제로서 개발될 수 있는 주목할 만한 임상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라며 "MSD는 이 후보물질 개발을 계속하며, 대사질환 치료를 위한 의미 있는 의약품 개발이라는 우리의 사명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세창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은 "비만당뇨 치료 신약으로 개발되던 바이오신약 후보물질이 NASH를 포함한 만성 대사성 질환 치료제로의 확대 개발 가능성을 인정받고 새로운 파트너십을 맺었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라며 "신약개발 영역에서 빈번히 발생할 수 있는 실패가 '새로운 혁신을 창출한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사질환 영역에 전문성을 갖고 있는 MSD와 함께 혁신적인 NASH 치료 신약을 개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며 "고(故) 임성기 회장님의 뜻을 이어받아 신약개발을 위한 R&D를 중단없이 계속 이어나가겠다"라고 덧붙였다.
한미약품이 약 4년 만에 대규모 기술이전 계약을 성사시켰다. 사진/한미약품
정기종 기자 hareggu@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