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응열 기자] 건설업계가 공사현장에 사용할 콘크리트를 사전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기법인 PC(프리캐스트 콘크리트· Precast Concrete)공법에 힘을 쏟고 있다. 야외 작업이 많은 건설현장 특성상 날씨에 따라 공사 기간이 늦어지는 경우가 잦은데, 공장에서 콘크리트 구조물을 미리 만드는 이 공법을 활용하면 날씨에 따른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
2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대형 건설사들이 PC공법 확대에 나서고 있다.
현대건설(000720)은 스마트건설 기술 영역 중 하나로 ‘탈현장화(OSC)’를 꼽았는데, 기존 지하 구조물에서 주로 사용하던 PC공법을 지상 구조물에 확대 적용하기 위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현대건설은 관련 분야를 확대하기 위해 PC·모듈러 분야의 경력직 인력도 채용하고 있다.
GS건설(006360)은 PC공장 설립에 나섰다. 충청북도, 음성군과 투자협약을 맺고 음성군 중부일반산업단지 15만㎡ 규모의 부지에 연간 10만㎥의 PC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짓는다. 총 투자 규모는 향후 증설 계획까지 고려하면 1000억원을 웃돌 것으로 예상된다.
대우건설(047040)은 아파트 옥탑 구조물에 하프PC공법을 적용하기로 했다. 이는 국내 건설업계에선 최초 사례다. 하프PC공법은 기존 재래식 공법과 완전한 풀 PC공법의 장점을 융합해 개발한 방식이다.
건설업계가 무게를 싣고 있는 PC공법은 기둥, 보, 벽체, 슬라브 등의 콘크리트 구조물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을 말한다. 기존 콘크리트 타설 방식보다 강도가 단단하고, 공사기간을 단축시키는 데 효율적이다. 기존 콘크리트 타설 작업은 비가 올 경우 진행할 수 없는데, PC공법을 활용하면 강수에 상관 없이 공장에서 콘크리트 제작 작업을 할 수 있어서다.
PC공법의 중요성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장마가 지구 온난화 등 환경 문제 때문에 역대 최장 기간으로 기록됐는데, 이 같은 기상이변 현상이 앞으로도 빈번하게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야외 작업이 대다수인 건설 현장은 날씨에 따라 공기가 자주 지연된다. 공기 지연은 건설사에 상당한 부담이다. 발주처에 따라 공기 지연을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고, 이 경우 공사비 추가분은 건설사의 몫이다.
특히 아파트 현장에선 공기 지연 부담이 더 무겁다. 준공이 늦어져 입주날짜가 밀리면 건설사가 입주 예정자에게 입주지체보상금을 지급해야 한다. 국내 주요 건설사들은 주택 사업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아파트 건설 현장이 많다는 의미인데, 입주 지연 부담이 크다는 것이다. PC공법을 활용하면 이 같은 비용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 건설사들이 PC공법 확대에 나서는 배경 중에는 기상 불확실성에 따른 비용 부담을 해소하려는 계산이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 건설사 관계자는 “최근 장마 등 날씨에 따른 공기 지연 문제로 업계 고민이 깊어지는데, PC공법 적용 범위를 늘리면 기상 이변에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건설 건설현장의 한 근로자가 재래식 콘크리트 타설과 완전한 풀PC공법을 융합한 하프PC공법을 이용해 작업하고 있다. 사진/대우건설
김응열 기자 sealjjan1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