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대한항공(003490)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추진한 송현동 매각이 서울시의 '말 바꾸기'로 새 국면을 맞았다. 양측은 송현동 매각을 두고 뚜렷한 의견 차이를 보이다 가까스로 합의했는데 갈등이 재점화할 조짐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당초 이날 오전 대한항공은 국민권익위원회, 서울시와 송현동 부지 매각 조정을 위한 최종 합의 서명식을 하기로 했으나 무산됐다. 서울시가 권익위의 조정안 문구 수정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계약서에 △계약 시점을 특정하지 않으면서 △'조속한 시일 내에 계약 체결하도록 노력한다'는 문구로 교체할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권익위가 작성한 조정문에는 계약시점과 대금지급 시점이 명시됐다. 현행 권익위법상 조정이 민법상 '화해'의 효력을 지니는 만큼, 이와 관련해 이행청구권에 대한 조항도 포함했다. 이 과정에서 대한항공과 한국주택공사(LH)는 계약시점, 대금지급시점, 이행청구권에 관한 문구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었으며 지난 23일 조정문에 이견이 없다고 최종 회신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시의회 통과가 부정적이라고 하면서 확약도 해줄 수 없다고 하는 것은 결국 아무것도 못 해준다는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서울시만 믿고 갔다가 내년에 돈을 지급받지 못하면, 대한항공은 자구안을 이행하지 못하는 게 된다"고 밝혔다.
대한항공은 내년까지 정부로부터 받은 지원금 1조2000억원을 상환하기 위한 자구안을 마련해야 한다. 채권단은 자금을 지원하며 내년까지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요구했고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유상증자, 기내식 사업 매각, 송현동 부지 매각을 추진했다.
서울시 종로구 소재 송현동 부지. 사진/서울시
송현동 부지는 종로구 일대 3만6642㎡ 규모로 대한항공이 코로나19로 인한 경영난을 해결하기 위해 내놓은 땅이다. 앞서 서울시가 이 땅을 공원화하겠다고 밝히며 갈등이 커졌으나, 권익위가 중재에 나서면서 마무리되는 모양새였다. 권익위는 서울시가 LH를 통해 송현동 땅을 제3자 매입 방식으로 확보하고, 서울 마포구 서부운전면허시험장 시유지를 맞교환하는 방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태도 변화는 서부면허시험장 부지에 대한 마포구 주민들의 반발이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지난 20일 성명을 내고 "당사자인 마포구와 사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부지 맞교환을 추진하는 상황에 우려와 실망을 금할 수 없다"며 "일방적인 부지 맞교환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항의했다. 상암동입주민연합회도 비상대책위원회를 결성해 지난 24일 서울시청 앞에서 '상암동 부지 맞교환 결사반대 성명서'를 발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LH를 통한 매각이 무산되면 공원화가 취소되지 않는 이상 대한항공이 송현동 부지를 매각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