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재홍 기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이달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보릿고개’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자동차 업체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자동차 노사는 지난달 28일부터 노사협의회를 열고 이달 울산공장 휴업 일정을 논의하고 있다.
기아(000270)도 이달 특근을 중단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005380) 노조 관계자는 “공장과 라인의 상황에 따라 휴업 일정을 사측과 조율할 예정”이라면서 “아직까지 휴업과 관련한 구체적인 일정이 합의되지는 않았지만 반도체 공급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에는 노사가 공감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달 12~13일과 19~20일 그랜저와 쏘나타를 생산하는 아산공장 가동을 중단했다. 지난달 7일부터 14일에는 울산1공장 생산을 멈췄다. 이로 인해 현대차의 첫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5’의 양산에 차질을 빚었다. 현 상황이 지속되면 아이오닉5는 물론 하반기 출시예정인 기아 EV6, 제네시스 JW(프로젝트명)의 생산에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현대차와 기아는 이달 수급상황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22일 컨퍼런스콜에서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은 “4월까지는 이전에 확보한 재고가 있어 버틸 수 있었지만 5월부터는 차량용 반도체 수급에 있어 보릿고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현상이 5월에 더욱 악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차 아산공장 모습. 사진/현대차
한국지엠은 올해 2월부터 말리부와 트랙스를 생산하는 부평2공장 생산량을 절반으로 줄였다. 하지만 수급난이 지속되면서 지난달 19일부터 23일까지 부평1·2공장 모두 휴업했다. 그동안 정상가동을 해왔던 창원공장도 이달 1일부터 50% 감산에 돌입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지난달 초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본사 경영진을 만나 충분한 반도체 물량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업체들도 수급난으로 인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포드 터키 공장은 4월19일부터 6월13일까지 생산을 중단할 예정이다. 푸조는 반도체 부족으로 소형 세단 308에 기본 적용하던 디지털 계기판을 구형 아닐로그 계기판으로 바꾸기로 했다.
폭스바겐은 지난달 반도체 부족으로 인해 올 1분기 자동차 생산대수는 당초 계획보다 10만대 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2분기에도 대규모 감산이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미니도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5일까지 영국 옥스포드 공장을 휴업한다.
업계에서는 3분기 이후 수급상황이 나아질 것으로 보고 있지만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김진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차량용 반도체 부족은 강한 수요와 미국 텍사스 지역 한파, 일본 르네사스 공장화재 등 공급요인이 맞물려 악화됐다”고 말했다. 이어 “차량용 반도체는 주문에서 입고까지 소요시간이 기존 12~16주에서 26~38주로 늘어났다”면서 “이는 연초 발주한 반도체를 하반기에나 받을 수 있다는 뜻으로 당분간 타이트한 수급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김재홍 기자 maroniever@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