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서윤 기자] 현대·기아차가 발주한 알루미늄 합금제품 구매 입찰에 10년간 짬짜미한 알루미늄 제조업체들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사전에 물량을 배분하고 이에 맞춰 투찰가격 등을 공동으로 정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알루미늄 합금제품 구매 입찰에 담합한 8개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06억7100만원을 부과한다고 8일 밝혔다. 업체별 세부 과징금을 보면, 알테크노메탈은 38억1200만원, 한융금속 26억5700만원, 동남 35억원, 세진메탈 32억9700만원, 우신금속 34억9700만원, 삼보산업 27억4100만원, 한국내화 9억4600만원, 다원알로이 2억2100만원이다.
위반 내용을 보면, 이들은 지난 2011년부터 올해까지 현대자동차, 기아 및 현대트랜시스가 실시한 알루미늄 합금제품 구매 입찰에 투찰 가격을 공동으로 정했다. 알루미늄 합금제품은 주로 자동차 엔진, 변속기 케이스 및 자동차 휠 제조에 쓰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8일 알루미늄 합금제품 구매 입찰에서 담합한 8개사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총 206억7100만원을 부과한다고 밝혔다. 사진은 알루미늄 합금제품 모습.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들은 지난 2016년 12월까지 담합을 지속하다 2017년 2월 검찰의 입찰방해죄 수사가 시작되면서 담합을 중단했다. 하지만 이후 회사 수익이 악화되자, 2019년 입찰부터 담합을 재개했다.
이들의 담합은 전날 모임을 통해 현대자동차 등의 전체 발주 물량을 업체별로 비슷한 수준으로 배분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또 협의된 물량 배분에 맞춰 품목별 낙찰예정 순위와 투찰 가격을 공동으로 정했다.
특히 2014~2015년, 2017년의 경우에는 물량 확보의 불확실성을 없애기 위해 연간 물량배분 계획을 수립해 자신들의 합의를 더 공고히 했다. 그 결과 해당 입찰에서 합의한 대로 낙찰자 및 투찰가격이 결정돼 이들은 탈락사 없이 매 입찰에서 높은 가격으로 납품 물량을 확보했다.
현대·기아차 입찰 제도는 품목별로 복수의 업체를 낙찰자로 선정하고 납품가격은 낙찰자들의 투찰 가격 중 최저가로 정해 모든 낙찰자들에게 통일적으로 적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납품업체 입장에서 타 업체와 가격을 합의할 유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거리상 운송비가 많이 드는 화성공장 인근 업체들도 울산공장 인근 업체들의 투찰가로 납품하게 되면서 수익성이 떨어졌고 이를 담합으로 막으려고 했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해당 담합 건이 현대·기아차 입찰제도의 특이점에서 비롯된 측면도 있는 만큼, 입찰제도 개선 방안을 논의하고 개선된 제도를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다.
아울러 낙찰사의 납품 포기권을 1개사에 한해 공식적으로 보장하고, 업체들의 안정적인 공장 운영을 위해 최저 15%의 납품 물량을 보장하는 방식도 유지한다.
정신기 공정위 민수입찰담합조사팀장은 "이번 조치는 민간 분야에서 장기간 지속된 입찰 담합을 적발해 제재했을 뿐만 아니라 발주처와 협의해 담합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련 입찰제도를 개선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세종=정서윤 기자 tyvodlo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