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현주 기자]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의 철도차량 제작사들이 '시민의 발'인 서울 2호선과 김포도시철도, 부산 1호선 등 철도차량 입찰에 짬짜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는 이들 업체뿐으로 시장 점유율 100%에 달한다. 해당 사건 관련한 3사의 매출액은 총 2조4000억원 규모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레일, 서울교토공사 등 철도 운영 기관이 발주한 철도 차량 구매 입찰에 담합한 현대로템, 우진산전, 현대로템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564억원을 부과한다고 13일 밝혔다.
첫번째 담합(제1 공동행위)은 2013년 1월부터 2016년 11월까지 현대로템과 우진산전 사이에서 이뤄졌다. 1999년 현대정공과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3개 회사가 현대로템 전신인 한국철도차량으로 통합된 바 있다. 이에 따라 2015년까지 국내 철도차량 제작시장은 사실상 현대로템의 독점 체제였다.
하지만 우진산전이 2010년부터 부산지하철 4호선과 관련한 경전철 차량을 제작·납품하면서 현대로템은 우진산전을 완성차량 제작 시장에서 잠재적 경쟁 상대로 여기게 됐다. 우진산전은 현대로펌 철도차량에 전장품 등을 공급하는 등 매출을 상당 부분을 현대로템에 의존하는 상황이었다.
현대로템은 2013년 발주한 '김포 도시철도 열차운행시스템 일괄 구매설치 입찰'부터 우진산전과 경쟁하는 것을 사전 차단하기 위한 담합에 나섰다.
현대로템 부품협력사로서 성격이 강했던 우진산전도 경쟁보다 합의를 통해 안정적으로 현대로템에 전장품 등을 공급하고자 둘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게 공정위 측의 설명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레일, 서울교토공사 등 철도 운영 기관이 발주한 철도 차량 구매 입찰에 담합한 현대로템, 우진산전, 현대로템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564억원을 부과한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현대로템과 우진산전 사이 '김포 경전철 프로젝트 합의서'. (사진=공정거래위원회)
이에 따라 이들은 6건의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서 현대로템이 낙찰받을 수 있도록 우진산전은 응찰하지 않거나 들러리로 참여했다. 그 대가로 우진산전은 입찰 사업 관련 일부 하도급을 받기로 3차례에 걸쳐 합의했다. 이들이 6건의 입찰 담합으로 따낸 계약의 총 금액은 5850억7200만원에 달했다.
단독응찰로 인해 2회 이상 유찰되면 '재공고에 의한 수의계약'으로 계약이 체결된다. 이 경우 일반적으로 계약당사자 간 가격 조정에서 사업자가 높은 협상력을 갖게 된다. 현대로템은 이 점을 악용해 최대한 높은 금액으로 입찰 사업을 수주하려했다.
조홍선 공정위 카르텔조사국장은 "현대로템과 우진산전 사이 제1 공동행위와 관련해 합의 당시에는 9건 정도 담합이 있었다"며 "7번째에 해당하는 진접선 입찰담합 건에서 우진산업이 계약을 따기로 한 것을 현대로템이 하는 바람에 담합이 어느 정도 파기됐다"고 말했다.
제2 공동행위는 2019년 2월부터 12월까지 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 3개사가 5건의 입찰에 담합 했다. 우진산전은 ‘5, 7호선 신조전동차 336량 구매 입찰'을, 다원시스는 '간선형전기동차(EMU-150) 208량 구매 입찰'을, 현대로템은 그 외 3건의 입찰을 수주하기로 사전에 배분했다.
2015년부터 우진산전과 다원시스가 본격적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량당 전동차 가격은 급격하게 하락했다. 현대로템이 독점하던 1999년부터 2014년까지 량당 전동차 평균 가격은 11억6000만원이었지만 2015년부터 2018년까지 평균 가격은 8억1000만원이었다.
아울러 제1 공동행위 종료 이후 2017년에서 2018년 사이 철도차량 구매 입찰에 경쟁이 이뤄지면서 3사 간 경쟁은 치열해졌다. 때문에 2018년 말부터 국내 철도차량 업계 내에 저가수주를 막아 수익성을 극대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고 판단했다.
철도차량 제작 능력이 향상된 다원시스를 포함해 2019년 2월 국내 철도차량 제작사 전부인 3사 간 담합이 시작 시기라는 것이다.
제2 공동행위 당시 우진산전과 다원시스는 2018년 발주한 간선형 전동차 150량 입찰과 관련한 법적 분쟁 중에 있었다. 다원시스 임원과 현대로템 임원 사이 메신저 대화 기록을 보면 현대로템은 합의과정에서 스스로를 ‘맏형’으로 칭하는 등 강한 중재 의지를 보였다
이는 현대로템의 주도 하에 관계가 악화된 우진산전과 다원시스를 포함한 3개사 간 합의가 성립될 수 있었던 계기다.
3개사의 임직원들은 최초 합의 이후에도 꾸준히 소통했다. 예컨대 우진산전이 수주받고 그 외 사업자는 미응찰하기로 합의된 ‘5, 7호선 신조전동차 구매 입찰'에는 다원시스가 발주처의 요청으로 참여한 바 있다.
우진산전 임원은 기존 불화에도 불구하고 다원시스 임원을 만나 들러리 참여를 약속받았다. 이후 우진산전은 다원시스의 들러리 투찰에 대한 대가로 양사 간 진행 중이던 법적 분쟁과 관련해 항고를 취하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레일, 서울교토공사 등 철도 운영 기관이 발주한 철도 차량 구매 입찰에 담합한 현대로템, 우진산전, 현대로템에 대해 시정명령 및 과징금 564억원을 부과한다고 13일 밝혔다. 사진은 지하철 2호선역 모습. (사진=뉴시스)
이 사건과 관련한 3사의 매출액은 총 2조4000억원에 달했다. 이에 따라 공정위는 현대로템에 323억600만원, 우진산전 147억9400만원, 다원시스 93억7800만원 각각 결정했다.
조홍선 국장은 "임직원 고발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이유는 조사 과정에서 협조 정도, 담합의 성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 2020년 2월 관련 신고가 들어와 조사를 하게됐다"며 "일회 거래량과 거래 금액의 규모가 크고 국가기간산업과 연계되어 경제적 파급력이 큰 교통 산업 내의 경쟁제한 행위를 시정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수 국민이 이용하는 교통시설과 관련된 담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법 위반 적발 시 국민의 안전한 교통환경 조성 및 공공예산의 절감을 위해 엄중하게 제재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세종=김현주 기자 kkhj@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