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훈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 (사진=고대안암병원)
[뉴스토마토 동지훈 기자] 질누공(질루)이란 직장과 질 또는 방광과 질 사이의 벽이 얇아지다가 누공이 발생하는 상태를 말한다. 질누공은 흔하지 않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도 아니지만, 일단 발생하면 삶의 질에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발견 시 빠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이다. 누공의 크기가 작을 때는 불편함 정도의 증상만 나타나다가 치료를 미루거나 늦게 발견해 병이 진행되면 가스나 대소변이 요도와 항문이 아닌 질을 통해 새어나와 요실금, 변실금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그 중 직장질누공은 출산 과정에서 산도가 직장 쪽으로 찢어지면서 누공이 발생하면서 생기는 경우가 많다. 또 회음부절개 부위를 봉합하는 실에 의해 감염되면 염증과 함께 누공이 생기기도 한다. 분만 과정에서 태아가 오래 나오지 못한 경우에도 조직이 괴사하면서 누공이 생길 수 있다. 이 밖에 방사선치료나 염증성 대장질환에 의해 생기기도 한다. 방광질누공 또한 출산 과정에서 생길 수도 있지만 주로 자궁절제술 등의 부인과수술 또는 외상, 감염, 방사선치료 등에 의해 발생한다.
자연분만 이후 질누공이 발생한 경우에는 출산과 육아로 이어지는 고도의 스트레스 상황을 직면한 산모가 질누공까지 겪게 돼 자존감에 대한 큰 상처와 정신적인 고통을 겪을 수 있다. 질누공이 삶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하면 즉각적인 치료가 필요하지만 기존 치료법에 대한 거부감과 수차례의 수술을 겪어야 하는 긴 치료 기간 때문에 치료뿐 아니라 정확한 진단 자체를 꺼리는 경우도 많다.
직장질누공 수술은 장루를 만들지 않고 누공부위를 직접 봉합하는 원스테이지 수술법이다. 방광질누공 역시 한 번의 수술로 치료가 가능하다. 이 수술법은 주변 조직에 염증이 없는 경우 적용할 수 있으며 해외에서는 질누공 수술에 적용하는 대표적인 수술법에 속한다.
안기훈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질누공은 생명을 위협하는 질병은 아니지만, 환자의 삶을 송두리째 뒤흔들 수 있을 정도로 삶의 질에 매우 치명적인 영향을 준다"며 "원스테이지 수술은 한 번의 수술로 일상 복귀가 가능해 기존 수술법에 비해 대단히 큰 장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동지훈 기자 jeehoon@etomato.com